[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지난 8월8일 서울에 1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시가 ‘기후재난’에 초점을 맞춘 수방대책을 내놨다. 향후 3.5조원을 투입해 방재성능목표를 현재 시간당 95㎜에 불과하던 용량을 최대 110㎜까지 상향한다.
서울시는 6일 ‘방재성능목표(강우처리목표)’를 10년 만에 전격 상향하기 위한 ‘더 촘촘한 수해안전망 추진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인명피해 제로화와 재산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10년 간 총 3조5000억원을 투입해 5개 분야, 17개 대책을 추진한다.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처리 가능한 강우량 목표로 택지개발,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새로운 도시기반시설 계획을 수립하거나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등 방재설비 설계의 기준이 된다. 방재성능목표가 상향된다는 것은 도시 전반의 강우처리 역량이 커짐을 의미한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지난 8월8일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사진=뉴시스)
먼저 시는 현재 시간당 방재성능목표를 최대 95㎜에서 100㎜로 높인다. 침수취약지역인 강남역 일대는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110㎜까지 상향한다.
상향된 방재성능목표에 맞춰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강남역 일대 등 침수에 취약한 6개 지역에 총 18.9km 길이의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한다. 강남역·도림천·광화문에는 2027년까지, 사당역·용산·길동 일대는 2032년까지 완공한다.
통수능 부족 관로뿐만 아니라 노후·불량 관로를 일정 구역단위로 구분해 동시에 정비하는 하수관거정비사업도 추진한다. 서울시내 정비가 필요한 420개 소구역 중 침수에 취약한 면목, 장위 등 46개(598km)를 우선 선정해 2032년까지 관경을 확대한다.
기존 빗물펌프장 18개소도 용량을 늘린다. 양재 등 5개소는 2026년, 서래 등 5개소는 2028년까지, 심원, 문배 등 8개소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증설한다.
빗물저류조는 2026년까지 3곳에 총 9.4만톤 규모로 신설한다. △신림공영차고지에 3만5000㎥ △신림2 재정비촉진지구 3만7000㎥ △종로구 신영동에 2만2000㎥ 규모로 각각 신규 설치한다.
하천 통수능 부족으로 수위가 빠르게 상승했던 도림천, 오류천, 사당천 등 3개 하천에는 총 281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하천의 단면을 넓힌다. 정비가 필요한 성내 제5교 등 20개 교량에 대해서는 2032년까지 700억원을 투자해 개선사업을 시행한다.
산이나 공원 등 산사태 우려지역 총 1354개소에는 사방댐 설치 등 방재시설을 정비한다.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물순환시설'도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해 2040년까지 48만㎥/hr 규모로 설치한다.
지난 집중호우 당시 침수상황을 미리 알지 못해 대피·대처가 늦어진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시민들의 대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대응시스템도 구축한다. 침수취약 도로, 반지하주택 등의 침수상황을 감지기로 감지해 문자 등으로 실시간 대피 경고하는 '스마트 경고시스템'과 주거지역에 대한 '침수 예·경보제'를 내년 5월 시범 도입한다.
인공지능(AI)으로 수방 관련 데이터를 자동 분석·예측해 실시간 전파하는 'AI 기반 수방통합시스템'은 2030년까지 구축한다.
반지하 등 침수취약가구에 대한 안전대책도 강화한다. 장애인, 독거어르신 같이 긴급대피가 어려운 세대에 1:1 '돌봄공무원'을 지정해 집중호우시 대피와 복구를 돕는다. 주택위치나 침수이력과 상관없이 반지하 주택 거주민 누구나 신청만 하면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무상 설치해주고 소규모 상가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지난번 폭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맨홀은 연말까지 침수우려지역 1만개소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한다. 전 지하철역사 출입구에는 내년 5월까지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등에 물막이시설 의무설치를 위한 법제화도 추진한다. 침수시 물을 퍼내는 양수기를 가까운 곳에서 쉽게 대여할 수 있도록 내년 우기 전까지 1만9000대를 동주민센터 등에 확대 배치한다.
서울시는 이미 2011년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강남역 등 7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를 골자로 한 수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대책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지역별 소규모 분산형 사업으로 변경됐다. 이번 대책은 지난 집중호우 당시 대규모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존 강우처리 역량(시간당 95㎜)을 훨씬 초과하는 강우(시간당 110~141㎜)가 내려 기존 시설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시민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꼼꼼히 준비해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