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박진 외교부 장관의 퇴장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는 국정감사 첫 주 피감기관 감사보다는 현안을 놓고 정쟁에 치중하며 서로 상처만 안은 채 1라운드를 끝냈다. 고성이 오가는 과열된 분위기 속에 여야는 한껏 감정이 실린 막말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당은 국감 첫날인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로 점철된 해외 순방 성과 논란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민주당이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감에서 이번 외교참사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박진 외교부 장관의 회의장 퇴장과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감은 파행을 빚었다.
이후 국감장은 윤 대통령의 '바이든' 대 '날리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듣기평가' 장이 됐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이날 외교통일위 국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논란이 된 발언이 담긴 음성을 들려주며 '날리면'이 아닌 '바이든'이라고 주장했고, 박찬대 민주당 의원도 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방송통신위 국감에서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날' 발음과 서울에서의 '바이든' 발음, 미국 순방 당시 발언이 담긴 음성을 연이어 틀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MBC가 보도강령과 준칙을 무시했다"며 비속어를 자막을 입혀 처음 보도한 MBC에 책임 소재를 돌렸다.
여야는 문화체육관광위와 법제사법위로 무대를 옮겨 공방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작품 '윤석열차'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받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한 일을 놓고 여야가 맞섰다. 민주당은 "박근혜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였다면 고소·고발까지 이뤄졌다"고 맞받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오경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부천국제만화축제 수상작인 '윤석열차'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은 법사위 국감에서도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김 처장은 "그림만 봤을 때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민주당 지적에 동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이 문제"라며 작품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맞섰다. 조은희 의원은 5일 행정안전위의 중앙선거관리위 국감에서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만약 유죄가 될 때에는 언론에서 434억원에 대해 어떻게 받느냐고 한다"며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보전 받은 대선 비용 434억원 전액을 선관위에 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여야 혈전 속에 의원들의 입에도 독이 서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과기위 국감에서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탈원전 기조를 비판하며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 "이 둥지, 저 둥지로 옮기며 사는 뻐꾸기냐"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권 의원은 "저는 김 이사장한테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한 적이 없다.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는 취지"라며 "민주당의 '선택적 환청'은 끝이 없다. 저에게 폭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청력테스트, 권성동 의원은 국어테스트로 언제까지 온 국민을 우롱할 참이냐"며 "비속어와 막말도 나쁘지만 거짓말이 더 나쁘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말하자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이 "니나요? 지금 뭐라고 하셨냐. 동료 의원한테 니라니"라고 따지자, 강 의원은 "내가 니라고 왜 못해"라고 물러서지 않았고 회의가 중단됐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4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이만희 의원이 "(윤석열정부에 대해)거짓말 정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엄중한 경고를 줘야 한다"고 요청하자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누구에게 지금 버르장머리라고 그러느냐"고 물러서지 않았고, 이채익 행안위원장의 중재로 말싸움이 끝났다.
11일 재개되는 국감에서도 여야 간 정쟁이 치열하게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1일 법사위의 감사원 국감은 최대 격전지다. 민주당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간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두 기관의 유착으로 규정하고 파상 공세를 벌일 전망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성역 없는 감사원 조사 등을 촉구하며 응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