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SK온이 호주 자원개발 기업에 지분 10%를 투자해 고순도 리튬 23만톤을 공급받는다.

 

SK온은 전날인 지난 11일 호주 ‘레이크 리소스’사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톤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분 투자는 레이크 리소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이뤄질 예정으로 오는 2023년 상반기쯤에 마무리한다.

 

 

공급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장 10년간 이어진다. 첫 2년은 연간 1만5000톤씩, 이후에는 연간 2만5000톤씩 공급받는 조건으로 기본 5년 계약에 5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총 공급량 23만톤은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1997년에 설립된 레이크 리소스는 2001년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로 현재 아르헨티나 내 4개의 리튬 염호 자산 및 1개의 리튬 광산을 보유, 개발 중이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카치 염호에서 나오는 리튬이 공급 대상이다. 볼리비아, 칠레와 더불어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아르헨티나 내에서도 고순도 리튬이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한 카타마르카주에 있다. 해당 지역은 앨버말, 리벤트 등 글로벌 리튬 업체 및 국내 기업인 포스코(005490) 역시 염호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SK온은 레이크 리소스로부터 공급받은 아르헨티나산 리튬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 사업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같이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레이크 리소스와의 협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경쟁력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빌 게이츠, MIT 주도의 펀드회사들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라일락 솔루션스의 ‘직접리튬추출(DLE)’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은 전통적인 염수 증발 방식에 비해 부지 사용량이 적고, 걸러낸 염수를 지층에 재주입함으로써 생산과정에서의 물 사용량도 낮아 친환경적이다. 기존 염수 증발 방식의 리튬 회수율이 50% 내외에 그치는 것에 비해 DLE 방식의 리튬 회수율은 80-90%에 달한다.

 

SK온은 글로벌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고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소재 공급망 다각화에 힘써왔다.

 

특히 배터리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추출 또는 가공해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 IRA법에 대응하고 있다.

 

레이크 리소스에 앞서 지난달 28일 호주 ‘글로벌 리튬’사와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세계 1위 리튬 생산국이자 미국과도 FTA를 체결한 호주에서 2개의 대규모 광산을 개발 중인 회사다. 글로벌 리튬으로부터 공급받은 리튬 정광(스포듀민)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할 양극재 파트너를 추후 물색할 계획이다.

 

SK온은 이번 레이크 리소스와의 계약과 같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에서 채굴되는 광물도 구매 후 협력사를 통해 북미 등에서 정제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류진숙 SK온 전략담당은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배터리 공장에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는 상호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원소재 확보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