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를 입은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공급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 전반의 위기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업계 내 지원도 이어지는 가운데 철강 수급도 안정되는 모습이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침수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포스코는 일부 복구 일정을 앞당기며 연내 정상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이날 포스코는 "9월15일 3전기강판, 9월28일 2전기강판 공장 복구를 완료한 데 이어, 1냉연 공장도 지난 6일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6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에서 첫 생산된 냉연 제품이 권취(둥글게 감음)된 모습. (사진=포스코)
7일에는 1열연공장 복구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열연제품은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냉연, 도금, 전기강판 등 대부분 제품의 모태가 되는 소재다. 포스코는 당초 10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1열연공장의 복구 완료 시점을 앞당겨 후공정 제품 생산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기존에 포항제철소에서 공급 받던 열연, 냉연, 전기강판 제품을 수해 이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주문하여 납품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인 2열연공장 등에서 필수로 생산해야 하는 일부 제품은 광양제철소에서 대체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달 3후판과 1선재, 다음달 2후판과 3·4선재, 12월 2열연과 2냉연, 2선재, 스테인리스 2냉연공장 등을 단계적으로 복구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수급 불안 우려도 해소되고 최근 급등한 유통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산업 생태계 피해 최소화에도 나섰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원료·설비·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공급사의 매출감소·재고증가·유동성 악화 등 피해 현황을 파악해 지원한다.
우선 공급사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PZSS)등 해외법인 납품을 추진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국내 상사를 통해 수출과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해외 구매를 축소하고 광양제철소 증산에 따른 포장자재 등 소요량 증가분은 포항제철소 공급사에게 우선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입고가 전면 중단된 스테인리스 스크랩은 9월 발주량을 평월 대비 50%로 확정했다. 스크랩을 적치할 야드가 복구되는 이달까지 발주물량을 입고시킬 계획이다.
제철소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작업물량 감소,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포스코 측은 "협력사들과 협의해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복구 작업으로 전환해 회사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다"며 "협력사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자금을 장기·저리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제품을 운송하는 운송사들과의 상생 노력도 펴고 있다. 운송사들은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에 따른 육송 물량 증가로 포항제철소 출하량 감소분이 상쇄돼, 이달 안에 평월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고객사들과 협의해 보유 재고 및 운송사 보관 제품을 조속히 출하함으로써 운송 물량 감소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철강ESG상생펀드 338억원과 상생협력특별펀드 1369억원, 총 1707억원을 활용한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유동성 지원책도 내놨다.
현대제철은 침수 한달 만인 이달 6일 "침수피해 설비 복구를 완료했다"며 포항공장 생산 재개를 공시했다. 현대제철은 인천, 당진공장 재고와 가동률 증대로 매출 손실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 간 협력도 돋보인다. 현대제철은 침수 피해 당시 포스코 포항 제철소에 쇳물 운반차 '토페도카(Torpedo Car)' 5기를 급파했다. 토페도카는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제강 공정으로 옮기는 데 쓰인다. 이 차량은 현장을 떠나지 않고 한 달 넘게 포스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철소가 기간산업이다 보니 기술이나 설비와 관련해 서로 돕고 나누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철강은 전방산업을 지원하는 '산업의 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원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7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열연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업계에선 태풍 피해가 철강 공급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포스코 침수가 중국의 저가 공세 속 철강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는 늘 있던 일이고 지금 들어오는 물량은 한두 달 전에 계약한 것"이라며 "이 물량이 지금 여파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건 오류"라고 설명했다.
일부 유통 경로에서도 제품이 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5~6일 온라인 판매 사이트 '이스틸포유'에 후판을 내놨는데 2000톤(t) 가운데 320t이 팔렸다. 포스코는 이날 후판 재판매를 시작했다.
포스코는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온라인에서 열연제품 6684t을 팔았다. 포스코는 수혜 이후에도 1400t이 남은 점을 볼 때 수급 우려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 철강 제품은 고객사가 공급 시기를 한 달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내는 가격은 변동이 없다"며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인듯한데 포스코 포항 제철소 복구가 되면 많이 가라앉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