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 텃밭 TK로…'안보'로 지지층 재결집 안간힘

"대구 서문시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민심은 "무조건 지지는 옛말"

입력 : 2022-10-13 오후 5:48:06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대구·포항=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거 금방 되나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첫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현장 비대위를 가진 뒤 지역 언론인 간담회를 거쳐, 11시30분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으로 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민주당에 뒤처진 정당 지지율을 의식, 텃밭 민심에 다시 한 번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때마침 법원 판결로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이 인정되며 '이준석 리스크'에서도 벗어난 터였다. 

서문시장에서 상인연합회부터 들린 정 위원장은 "보수의 성지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국민의힘은 다시 시작하겠다. 당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걱정 끼친 점도 송구하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대구를 찾은 이유에 "민생을 챙기겠다는 저희들의 다짐을 보이기 위해서"임을 강조하며 "당원과 시민과 함께 국민의힘을 바로세워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응원을 부탁했다.
 
비대위의 TK 방문은 텃밭부터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과 조바심에 따른 결과다. 지난 7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9.3%, 국민의힘 33.9%, 정의당 2.4% 순이었다. 부산·울산·경남(PK)이 국민의힘 39.1% 대 민주당 43.2%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뒤집혔으며, 심지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마저도 국민의힘 41.4% 대 민주당 41.1%로 팽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역시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긍정평가는 29.4%에 그쳤고, PK와 TK 모두 부정평가가 60% 이상을 차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게마다 들리고, 일일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정 위원장은 "아니, 대구 분들이 저를 어떻게 알아봅니까. 신기하네"라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정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던 한 가게 사장(남·60대)은 "직접 오니 얼마나 좋냐"면서 "국민의힘이 정신 못 차린 줄 알았는데 (서문시장에서)보니 좋다. 대한민국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약국에 들린 한 70대 여성은 "밤에 잠을 못 잔다. 북한 때문에 어떻게 될까 두려워서"라며 임박한 7차 핵실험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 뒤 "대구·경북이 (국민의힘을)무조건 지지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잘해야 좋아하지"라고 경고했다. 장을 보러 온 한 50대 여성 역시 달라진 지역 민심을 전하며 "당도, 나라도 망하는 줄 알았다"며 "막말 논란이 일면 누가 그걸 좋아하겠나. 이런 현장 방문도 조용히 자주 해야 좋은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정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저희를 믿고 대한민국을 맡겼지만 내부 혼란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며 "심기일전해 새로 변하기 위해 보수의 중심인 대구·경북에서 첫 현장 비대위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주요 현안인 신공항 특별법 제정,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추진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안보'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그는 북한이 전술핵 운용 훈련까지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해서 연일 미사일을 퍼붓고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이라며 "윤석열정부 헐뜯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정쟁화하고 있는 민주당에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다시 만나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북한의 공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전과 대응의 체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가 "핵우산 제공"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며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적은 바 있다.
 
13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포항시청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의 태풍피해현황 및 건의사항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포항시청제공)

이후 포항으로 이동한 국민의힘은 포항시청과 포스코를 방문해 태풍 피해 현황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정 위원장은 "미증유의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주민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안전에 대해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침수피해 주택과 상가에 각각 100만원, 300만원을 추가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위원장은 "주택 침수에 대한 대책을 위해 227억원의 국비를 증액하고, 침수피해 상가 대책을 위해서도 168억원의 국비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포항=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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