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오는 13일로 열흘째를 맞이한다. 여야 모두 '민생국감'을 내세웠지만 치솟는 물가와 금리 등 민생현안은 사라지고 정쟁의 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첫 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논란, 둘째 주는 '감사원' 논란으로 얼룩졌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 속에 민생은 올해에도 뒷전이 됐다는 평가다.
김창기 국세청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4일, 여야는 외교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퇴장'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영상 재생' 문제를 놓고 격하게 충돌했다. 시작부터 박진 장관의 국정감사장 퇴장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맞붙으면서 세 차례나 파행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를 공세 소재로 삼았으며, 한미 정상회담은 48초 만남으로, 한일 정상회담은 30분 굴욕회담으로 소득 없이 끝났다는 점에서 이번 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외교참사'라는 민주당 주장에 순방 성과는 묻혔으며,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또한 '사실왜곡'이라고 응수했다.
5일에는 한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삭장인 '윤석열차'가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은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며 '엄중경고'하자 여야가 '표현의 자유'를 두고 맞섰다. 민주당은 "박근혜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였다면 고소·고발까지 이뤄졌다"고 맞받았다.
6일에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놓고 설전이 일었다. "과도하다"는 민주당 지적에 여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꺼내들며 "더 심했다"고 반박했다. 국방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대북·안보 분야로 공세를, 민주당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빚어진 현무 낙탄사고 등을 지적하면서 현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놓고 민주당은 이를 대(대통령실)-감(감사원) 게이트로 규정,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을 따졌다. 특히 감사원이 서해 피격 사건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전날 유 사무총장은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에서 이 수석에게 감사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한겨레' 보도 관련해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박범계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접수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정감사 2주차 역시 대감 게이트를 놓고 여야가 대치를 이어갔다. 11일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감사원을 동원해 문재인정부를 정조준한 '하명 감사'라고 몰아세웠고, 국민의힘은 감사 당위성을 강조하며 감사원을 적극 엄호했다. 민주당은 급기야 12일 유 사무총장과 이 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 중간보고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정부 총체적 난국의 집약판을 보는 듯하다"며 "역대급 참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정감사"라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동해 공해상에서 전개된 한미일 연합훈련을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규정했고, 욱일기의 한반도 재등장까지 우려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으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식민사관 논란까지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친일' 공세에 '친북' 반격으로 맞서며 색깔론까지 연출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