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구=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해서 연일 미사일을 퍼붓고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이라며 "윤석열정부 헐뜯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정쟁화하고 있는 민주당에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첫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대구·경북으로 잡은 것은 아직 활주로를 달리는 윤석열정부를 힘차게 이륙시키겠다는 다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진석 비대위는 대구에서 첫 현장 비대위를 열었다.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지역 민심에 기대겠다는 전략이었다.
정 위원장은 "어려울 때도 대구·경북은 저희를 버리지 않았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근대화, 산업화 함께 한 분들이 저희당 뿌리"라고 텃밭 민심에 호소했다. 그러면서 "늘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 싸울 대상이 누구인지는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며 "국가 위상을 상실한 자들이 분명히 있지 않나"라고 민주당과의 전선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구체적인 차기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서는 "저희에게 맡겨진 게 안정적 지도체제를 확립해서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정부 체제를 뒷받침하라는 것"이라며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엄중한 시국 상황을 감안할 때 당내의 차기 당권주자들이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에 나서는 모습을 당원 동지 여러분이 반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계한 뒤, "차분하고 의연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대위 체제를 좀 더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 위원장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과 관련해 윤리위 징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유 전 의원도 당원이라면, 당원으로서 지켜야 될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에둘러 불쾌감을 전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앞서 지난 7일 신군부, 개고기 등의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징계를 처분했다.
간담회 중 한 기자가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시각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 많이 변했다"며 당 차원에서 대통령의 탈당을 주문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정 위원장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후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위원장은 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다시 만났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미국과 전술핵 배치를 논의한다는 보도에 대해 "NPT 체제를 우리가 간과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며 핵 보유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NPT를 통해서 핵 확산을 방지하는 노력에 동참을 해왔다. 그 기조는 유지해가되, 북한의 공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전과 대응의 체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전술핵 재배치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며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 미국은 우리에게 확장억제, 확장억제를 쉽게 얘기하면 핵우산 제공"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믿어달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나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조금 걱정이 깊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핵 공격을 받고 핵 보복공격을 안 하겠냐는 전술적인 의문, 신뢰성, 실효성 이런 것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확장억제가 가지고 있는 실효성, 신뢰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당연히 한미 간에 구체적인 아젠다로 논의돼야 한다는 게 제 기본 입장"이라고 전술핵 재배치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구=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