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우리사주를 산
카카오뱅크(323410)와
크래프톤(259960) 등의 주요 상장사 직원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수억원을 대출받아 우리사주를 사들였지만,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반대매매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개인대출까지 받은 임직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6.76% 급락한 1만65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3만9000원) 대비 57.56% 하락한 수치다.
카카오페이(377300) 역시 공모가(9만원) 대비 61.78% 하락했으며, 크래프톤(-64.66%),
쏘카(403550)(-35.36%),
롯데렌탈(089860)(-50.51%) 등이 공모가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대출을 끌어와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쏘카, 롯데렌탈 중 쏘카와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3개 상장사는 모두 우리사주 의무보유기간(1년)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내달 3일 의무보유기간이 종료된다. 의무보유기간이 종료되면서 약정에 따라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실행된다.
지난해 8월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체 물량의 19.5%인 1274만3642주가 우리사주로 배정됐다. 1인당 매입한 주식만 평균 1만2500주로 약 4억9000만원에 해당한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주가는 9만2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종가 기준(1만6550원) 공모가(3만9000원) 대비 하락률은 57.56%에 달한다.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손실 금액만 2억8000만원에 이른다.
우리사주 대출의 경우 담보 유지 비율이 60%다. 주가가 40% 넘게 하락할 경우 담보 부족 상태가 된다. 강제 청산을 막으려면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직원 1인당 평균 매입가(4억9000만원)를 고려할 경우 대부분의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추가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도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카카오뱅크가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의 회사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원 한 명당 지원금은 1000~2000만원 정도로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내기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카카오뱅크 직원 A씨는 “카카오뱅크 직원들 우리사주가 2억원에서 6억원 수준으로 나왔는데, 우리사주대출은 1억 원이 나왔다”면서 “다들 기회라 생각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구했다”고 말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60% 넘게 빠진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우리사주조합에 주식 총 340만주를 공모가 9만원에 배정했다. 직원수(849명)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4005주(약 3억6000만원)를 매입했지만, 현재 주가는 61.78% 하락했다. 크래프톤은 우리사주조합에 총 35만1525주를 공모가 49만8000원에 배정했지만, 현재 주가는 64.66% 하락한 17만6000원이다.
반대매매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실제 반대매매가 실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인에서 추가 담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에 아직 반대매매까지 간 사례는 없다”며 “반대매매 우려가 커질 경우 담보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주가가 처음으로 공모가 대비 40% 이상 떨어졌던 크래프톤은 대출받은 직원을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2021년 8월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 상장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