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일회용 비닐봉지 퇴출…편의점주, 고객 불화 우려

11월 24일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금지…종량제·종이봉투 대체
편의점주 속앓이…정부가 인증한 자연분해 봉지도 사용 못해

입력 : 2022-10-18 오후 4:33:08
편의점 일회용 비닐봉지(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요즘도 비닐봉지값을 지불하라고 하면 불편함을 드러내는 고객이 있는데, 앞으로 더 비싼 종이봉투나 종량제 봉투를 권유했다가 고객과 불화가 생길까 걱정된다. 특히 대학로나 오피스 상권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이 불 보듯 뻔하다."
 
18일 오피스 상권 편의점주는 A씨는 내달 일회용 비닐봉지 퇴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달 24일부터 편의점, 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와 편의점주간 혼란이 우려된다. 그간 기존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와 165㎡ 이상 슈퍼마켓으로 한정됐던 비닐봉투 사용 금지 범위가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업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편의점 고객은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투나 종이봉투, 또는 다회용 봉투(장바구니)를 구매해야 한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친환경 PLA 봉지를 판매해왔다. 옥수수 등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는 매립만으로 6개월 이내 완전히 분해가 가능해 환경부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면서 친환경 봉지임에도 더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PLA 봉지를 분리수거할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군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고민 없었던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봉지를 판매하지 않으면 오히려 종량제 봉투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종이봉투는 내구성이 약하고, 편의점 갈 것을 예상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고객도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물건을 많이 담기 위한 목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다보면 결국 남용되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 비닐봉지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환경부가 PLA 봉지 활용을 독려하면서 많은 업체가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꾸고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PLA 봉지 사업을 보고 뛰어든 업체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