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가죽가방 등 패션사업을 영위하는
골드퍼시픽(038530)의 주가가 액면가(500원) 아래로 하락하면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드퍼시픽의 경우 지속된 영업 적자로 결손금이 커지고 있는데,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면서 유승장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골드퍼시픽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상감자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골드퍼시픽은 전 거래일 대비 3.49% 상승한 50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액면가인 500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9월 500원대까지 하락한 골드퍼시픽의 주가는 같은 달 26일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내려갔다. 골드퍼시픽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골드퍼시픽은 지난 2017년 주가가 처음으로 액면가 밑으로 내려갔을 당시에도 감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골드퍼시픽(코아크로스)은 결손 보전을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했으며, 감자전 292억5000만원이던 자본금은 29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골드퍼시픽이 당시 감자를 진행한 것은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퍼시픽은 그간 수차례의 CB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할 경우 증자나 주가연계증권(ELB) 발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의 경우 액면가 밑으로 신주발행이 불가능하고 CB 등 메자닌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역시 액면가를 하회할 수 없다. 감자를 진행할 경우 액면가는 유지되지만, 감소하는 주식 수만큼 주가가 높아진다.
실제 골드퍼시픽은 2017년 5월 감자가 완료된 직후 자금조달에 나섰다. 총 16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30억원 규모의 유증까지 진행했다. 발행목적은 모두 운영자금 및 기타자금이다.
골드퍼시픽의 최대주주격인
판타지오(032800) 역시 지난해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자 감자를 실행한 바 있다. 작년 말 주가가 액면가(100원) 이하인 80원 선까지 떨어지자 보통주 10주를 같은 액면가 보통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시장에선 골드퍼시픽이 또 한번 감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골드퍼시픽의 경우 최근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유보율 역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골드퍼시픽의 유보율은 46.02%에 불과하다.
골드퍼시픽은 그간 발행한 CB와 BW의 전환청구권 행사 등에 따른 자본잉여금 증가로 결손금을 메우고 있었는데,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 경우 이 같은 방식의 자본잉여금 확대가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결손금이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본잉여금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면 자본잠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감자 후 유상증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상장 기업들은 무상감자 직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감자를 진행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금 확보가 더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액면가 아래인 상황에서는 재무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면서 “감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경우 감자 이후 유상증자까지 이어질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