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오른쪽에서 두 번째)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박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청담동에서 김앤장 변호사들과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의혹 당사자인 한 장관이 25일 설전을 이어갔다. 한 장관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사실이냐'고 물은 것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면 피하지 않겠다. 저도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차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매번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 주고 책임을 안 지니까 자기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이런 것 같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며 "거짓말로 해코지해도 되는 면허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오후 들어 한 장관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튜브 등으로 유포한 '더탐사 및 그 관계자들'과 이에 '협업'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김 의원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지목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한동훈이라는 이름 한 자도 아는 사실이 없으며 사적으로 윤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없음을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등에 업고 거짓선동을 일삼은 김 의원과 더탐사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따른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자유총연맹은 관제 집회를 주도했던 보수단체의 대명사다.
김의겸(왼쪽)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 브리핑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김 의원은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제보가 들어와 확인하겠다'고 먼저 분명히 밝힌 뒤 질문을 던졌다. 해당 술자리를 직접 목격했다는 생생한 목격담이 있고, 그 술자리를 주선했다고 지목된 인물이 거듭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이 있었다"며 "사실이라면 엄청난 국정 문란에 해당해 확인이 필요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에게 진위를 묻는 것으로, 그러라고 국정감사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데, 저의 질문 어디에 거짓이 있고 왜곡이 있느냐. 제가 없는 제보를 만들어냈다는 뜻인가. 아니면 제가 공개한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뜻인가"라며 "이런 목격담과 발언을 듣고도 묵살해야 하느냐. 이런 의혹이 제기될 때 거침없이 물어보라는 게 국민들이 저에게 표를 주신 이유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묻지 않는다면 그게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뜸 '장관직을 걸겠다'며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 저는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 법한 협박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드린다"며 "지난 대선 때도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으로부터 8차례나 고발당했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보 내용이 맞는지도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가겠다. 시시껄렁한 협박에 무릎 꿇을 정도라면 아예 정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김 의원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장에서 '열린공감TV'를 이끌었던 강진구씨가 소속된 '더탐사'를 인용해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틀었다. 김 의원이 "지난 7월19일 밤 해당 술자리에 갔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책임 있는 질문을 하라. 저를 스토킹하는 쪽(더탐사)과 야합해서 이런 식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한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 혹시 그 배후가 김 의원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저 자리에 제가 없었다는 데 법무장관직을 포함, 앞으로 있을 모든 자리를 다 걸겠다"며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느냐"고 김 의원과 난타전을 벌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