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차전지의 대명사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보완하거나 완전히 대체하려는 기술 개발이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활물질에서 가장 싼 편인 망간 함량을 높여 가격 경쟁력과 성능 모두를 잡거나,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고 있는데다 탄소나노튜브(CNT)의 함량이 높아지고 있다.
리튬 이온을 아예 나트륨(소듐)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등 해외에서 활발하고,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 중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손미카엘
삼성SDI(006400)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프리미엄급 대응을 위해서 '하이니켈', 또 볼륨 시장 공략을 위한 NMX('코발트 프리'),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등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리튬이온 중에서도 주행거리와 연관된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고, 비싼 코발트를 줄인 하이니켈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니켈 역시 비교적 고가인데다 가격도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에 한정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하이니켈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차세대 'NCMA' 계열로 가격이 내려가고 안전한 고출력 제품 양산을 추진 중이기는 하지만, 하이니켈에 머무르지 않고 선택지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도 생긴다.
'하이망간'은 주요 재료 중 니켈과 코발트 모두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싼 망간을 높이는 방식이다. 중국이 주력이 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는 비싸지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는 싸다. 그러면서 출력도 중간 수준으로 나온다.
3사 중 삼성SDI가 하이망간에서 두드러지는 편이다. 나머지 2개 업체와 달리 LFP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하이망간으로 대응하려하고 있다. 코발트를 낮추고 망간을 높인 NMX가 주력이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볼륨 시장(중저가 시장)용으로 내세우고, 앞선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프리미엄 모델 수준의 주행거리 확보를 목표로 선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와 하이망간을 동시에 시도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보급형 파우치 배터리에 '망간 리치'와 LFP 등 신규 소재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LFP의 경우 우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먼저 시도하게 된다.
SK온도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LFP 배터리 대응 준비를 갖춰놓겠다고 하는가 하면, 소재 공급사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은 리튬 및 망간을 높인 OLO(리튬과잉산화물)와 NMX를 개발 중이다.
지난 3월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부스. (사진=신태현 기자)
아울러 국내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전지로서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꿀 경우 안전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떨어지는 출력과 전지 수명을 보완할 기술이 관건이다.
삼성SDI는 1분기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고 2023년 상반기 내 가동할 예정이다. 양산 시기는 2027년으로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고분자계 전고체와 황화물계 전고체 2가지 모두 연구 중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고분자계는 2026년, 황화물계는 2030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온은 지난 1월 미국 조지아 공대와 전고체 개발 협력 체제를 갖췄으며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연구개발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도성을 높이는 도전재를 기존 카본블랙에서 CNT로 교체하는 흐름도 가속화하고 있다. CNT를 넣을 경우 5분의1에서 절반 수준으로 전극 내 도전재 함량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만큼 활물질을 더 집어넣을 수 있어 고밀도에 유리하다.
LG화학(051910)은 2023년 4번째 공장을 착공하기로 했다.
충전 시간이 빠른 실리콘으로 흑연을 대체하는 음극재도 유망 대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을 5% 포함한 음극재를 2019년 포르쉐 전기차 타이탄에 적용했다. 삼성SDI도 함량 최대 7% 수준을 '젠5' 등에 적용 중이고, SK온은 포드 모델에 7% 함량 제품을 적용하고 10% 이상으로 늘리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과 거리가 먼 편인 차세대 소재는 나트륨 이온 전지다. 현재 전기차를 주도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이다. 바다에 흔하지만 뽑아내는 기술이 아직도 개발되지 않아 특정 염호 등에서만 채굴하는 리튬과는 달리, 나트륨은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이 기대되기 때문에 이외의 성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중국 CATL이 지난해 7월 주요 업체로는 최초로 1세대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오는 2023년까지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한국에서는
포스코(005490) 출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개발 중이다.
중국 CATL/ATL R&D 센터. (로이터=연합뉴스)
또 일부 항목에 한해서는 나트륨 전지가 양산되고 있다. 일본 NGK가 나트륨 황 전지를, 미국 스타트업 'Natron 에너지'가 UPS용으로 양산 중이라고 알려져있다.
이외에 리튬황, 리튬에어, 아연 공기 전지, 마그네슘·아연·알루미늄 '다가 이온' 전지 등이 연구 단계에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