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해제 된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29일 밤 10시22분쯤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30일 현재까지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방당국과 서울시에 따르면 최초 사망자 보고 5시간도 되기 전인 3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82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실종 접수는 3580건(전화 2493건, 방문 87건)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30분에 추가 사망자 2명이 발생하면서 사망자 153명이 됐다. 부상자도 103명으로 늘어 총 사상자는 256명이지만 부상자 중 24명이 중증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종자도 오후 4시 기준으로 3918명이 접수됐다.
이번 사고는 전날인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동 119-7번지 일대에서 시작됐다. 해밀톤호텔 옆 경사가 급한 4m 넓이의 좁은 길에서였다. 사람이 깔려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최초 신고가 서울 종합방재센터에 접수되면서 119에 비슷한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오후 11시30분까지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구조신고가 81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은 트위터 등 SNS에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모르는지 언덕 위 사람들이 계속 밀려 내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가 들어온 2분 뒤인 10시17분에 용산소방서 구조대와 관내 구급차를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서는 현장과 불과 2㎞ 거리였지만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파가 몰린 탓에 구급차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비명과 함께 계속해서 사람들이 깔려 쓰러졌고,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만 21명이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첫 신고 접수 후 23분만인 오후 10시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10시45분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하고 11시13분에는 대응 2단계, 11시50분에는 대응 3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대응 3단계 발령 5분 전인 11시45분에는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시50분쯤 행정안전부 장관과 관계부처 및 기관을 대상으로 "신속 구급·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는 경찰 등 인력 2692명, 장비 233대가 투입돼 구조와 수습작업이 펼쳐졌다. 소방당국은 전국에 구급차 142대를 동원하고 서울에서는 119구급차 52대가 출동했다.
경기에서 50대, 인천·충남·충북·강원에서 각각 10대 등 총 90대의 시외 지역의 구급차도 동원됐다. 서울·경기 15개 재난의료지원팀도 현장에 출동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국이 집계한 사상자 수는 늘어났다. 사상자 최초 발표 시점은 30일 오전 1시45분에 사망2명, 부상 23명으로 확인됐으나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은 2시10분에 59명 사망, 150명 부상으로 늘었다. 3시에는 부상자들이 다수 사망하면서 120명 사망, 100명 부상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이날 오전 4시 이후 146명으로 증가했으며 6시30분에는 149명으로 집계됐다. 10시20분에는 151명(여성 97명, 남성 54명, 외국인 19명) 사망, 82명 부상으로 늘어났다. 부상자 82명 가운데 중상자는 19명, 경상자는 63명이다. 심정지 상태의 중상자는 향후 사망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일대를 중심으로 새벽에 세 차례 수색에 나섰으나 추가 사상자나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 6시30분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숨져 사망자로 집계되거나 치료 후 귀가해 부상자가 줄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제보와 SNS 공유 게시물 등을 보면,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에 4~5m 내외의 경사진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뒤엉키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인파가 맞닥뜨리며 정체가 극심했고,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쓰러지자 뒤에 있던 인파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뒤쪽에 있던 인파는 앞쪽의 상황을 모르고 계속해서 밀려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가게 조형물을 붙잡고 버티거나, 가게에 있던 다른 시민들이 끌어올려 구조하기도 했다. 쓰러진 시민들이 여러겹으로 쌓이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밀려드는 탓에 구조대가 생존자를 힘껏 빼내려고 해도 힘든 상황도 포착됐다. 사상자는 대부분 10~20대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핼러윈 기간을 맞아 혹시 모를 사건·사고 등에 대비해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주변을 단속했다. 이날 경찰은 당초 인근 클럽 등을 대상으로 마약 단속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압사 사고 발생으로 취소했다.
이태원 상권도 '올스톱' 됐다. 대다수 이태원 상인들은 30일 오전 가게 입구에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등 내용 등을 담아 휴업 안내문을 걸었다.
서울시는 이태원 사고 실종자 신고를 전화번호 20개 회선과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받고 있다. 외국인도 실종자에 대한 신고접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4개국어(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영어)로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실종자 상황실이 운영 중인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외국어 가능 인력을 배치했다.
이번 이태원 사고는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10만명의 인파가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경찰 병력이 200명에 불과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별도 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이태원 일대는 사고 현장은 물론 일대 도로와 골목이 전면 통제됐다.
29일 밤 15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이 30일 통제돼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