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화그룹이 11월 들어 민간 우주산업과 방산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주요 관문에 들어선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업무 세부 내용과 누리호 기술 이전 항목 등에 대한 협상을 이번달까지 진행하고 별 다른 문제가 없으면 체계종합기업으로 최종 확정된다. 한화가 ‘한국형 스페이스X’로 가는 발판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기존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을 중심으로 계약에 대한 의견을 항우연과 주고받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체계종합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21일 누리호가 날아오르는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가 체계종합 기업에 최종 선정되면, 2027년까지 항우연과 누리호를 세 기 제작하고 네 차례 반복 발사한다. 이 과정에서 발사체 설계·제작·조립·발사운용에 이르는 체계종합 역량과 실증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한화 에어로는 지난 1999년부터 발사체 사업에 참여했다. 누리호 엔진 전량 공급과 추진기관 공급계, 자세제어 시스템 등 핵심 장치 개발에도 기여했다.
향후 한화에어로가 체계종합 역량도 확보하면 우주 발사 서비스도 제공하는 국내 유일 민간 우주기업이 된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3월 그룹 내 흩어진 우주산업 핵심 기술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하고 우주산업 역량을 키웠다.
한화에어로는 향후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정부와 함께 상업용 대형급 발사체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갈 계획이다.
이번 발사체 산업은 지상에서 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의 토대로도 의미가 크다. 향후 발사체에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을 탑재해 쏘아올리면 국방 사업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100㎏ 이하, 해상도 1m급 성능 개발에 성공한 초소형 SAR 위성은 야간·악천후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누리호 체계종합 사업이) 방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발사체에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군용위성이 될 수 있고 민간 관측 위성이나 통신 위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기 위해 방산 역량 결집에도 힘쓰고 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3월에는 지주사 한화의 방산 부문도 인수한다. 내부적으로 각 계열사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산종합연구소 설립 등 화학적 결합을 추진한다.
잠수함 건조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해양(042660) 합병을 위한 실사도 한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에어로는 대우조선 인수로 지상과 우주, 해양을 아우른 ‘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를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수 있다.
한화는 국내 최초 해양 방위산업 전문 연구소를 세운 대우조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합치면 자율운항, 친환경 기술로 민간 상선 개발 역량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달 시작된 대우조선 실사는 최대 6주간 진행된다. 이달 말 실사가 마무리되면 연내 합병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참여‘를 요구하는 대우조선 노조와의 소통이 주요 과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전 구성원 고용 승계와 노조 및 단체협약 승계, 인수 후 상선·해양·특수선 등 본부별 분할 금지, 지역사회 투자 등 4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한화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5년 투자액 37조6000억원 가운데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2조6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이번 누리호 체계종합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이후 내년도 투자 예산부터 일부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