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내년 세계경기 둔화로 국내 실업률이 커질 수 있어 직접일자리 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노인 등 취약계층의 직접일자리 예산을 감액하는 대신, 민간 일자리 혜택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일자리로의 이행이 어려운 계층도 있어 예산 배분의 적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17~2022년 통계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55~79세 고령인구의 노후실태 및 취업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기준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55~79살 고령 인구는 370만3000명으로 2017년(252만4000명)보다 46.7% 증가했다.
연금을 받는 55~79세 고령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49.7%에 달했다. 은퇴 후 최소 생활비와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생계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는 방증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전망을 보면 노인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14.3%)의 2.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노인 빈곤 '심화'…노인 일자리 예산은 '삭감'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예산을 감액 편성했다. 내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예산은 30조원으로 전체 총지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 31조5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4.9%) 감소했다.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이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대비 0.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2020년 5.0%, 2021년 5.5%, 2022년 5.2%로 5%를 상회했지만 내년 예산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5%와 유사한 비중으로 편성된 것이다.
특히 직접일자리 유형의 내년 목표지원인원은 98만3000명으로 올해(102만9000명) 대비 4만6000명 감소했다. 직접일자리 유형은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지원·소득보조를 위해 정부가 한시적·경과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직접일자리 예산의 삭감은 노인일자리에 집중됐다. 복지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의 목표지원인원은 지난해 84만5000명이었으나 내년 82만2000명 감소했다. 올해 대비 2만3000명(2.8%) 대폭 감소한 것이다.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장형(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문제다. 공공형 일자리는 6만1000개 줄고, 시장형 일자리는 3만8000개 늘었다.
공공형 일자리는 만 60~65세 이상 고령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한 달 평균 30시간 정도 근무한 뒤 27만원을 지급한다.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환경정비, 키오스크 도우미 등의 단순 업부가 대다수다. 학력이 낮고 정규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능력과 체력이 없는 . 반면 시장형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장시간 일하고, 노동 강도 역시 강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 예산안 브리핑 당시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민간일자리로의 이행 어려워…직접일자리 감소 신중
하지만 직접일자리 유형의 목표지원인원이 전년 대비 4.5% 감소하는 등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효과가 저하될 유인은 우려할 부분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3년도 예산안 총괄-직접일자리 사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3년도 직접일자리 유형의 목표지원인원이 전년 대비 4.5% 감소해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효과가 저하될 유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실적으로 민간일자리로의 이행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일 예정처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을 보면 예정처는 '직접일자리 사업 분석'을 통해 "2023년도 직접일자리 유형의 목표지원인원이 전년 대비 4.5% 감소해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효과가 저하될 유인이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민간일자리로의 이행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예정처는 내년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증가세 둔화, 자산시장 둔화 및 금리인상으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 등이 취업자 수 하방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직접일자리 감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정처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실업률은 3.0%이지만 내년은 3.4%로 오를 전망이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는 3.7%의 실업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예정처는 "최근 고물가,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2023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에서도 직접일자리 규모가 축소되는 한편, 제공되는 일자리 유형이 공공에서 시장형으로 변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경기전망 및 취업취약계층의 고용동향 흐름에 비춰 일자리 창출효과 및 일자리 지속가능성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유형별 재원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오히려 시장형 일자리의 한 달 소득이 공공형 일자리보다 낮다는 평가도 있다"며 "노인 일자리는 연금에 더해 노인들의 소득을 보충시켜주기 때문에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본격 착수한 상황이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을 보면 예정처는 '직접일자리 사업 분석'을 통해 "2023년도 직접일자리 유형의 목표지원인원이 전년 대비 4.5% 감소해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효과가 저하될 유인이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민간일자리로의 이행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노인일자리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단체.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