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간 빚보증 감소했다더니…TRS '꼼수' 6조원 넘어

셀트리온·호반 등 상출 제한 기업 중 10곳 채무보증
TRS 거래 5년간 54건…자금보충약정 1148건

입력 : 2022-11-02 오후 4:10:5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기업 계열사 간 채무보증(빚보증)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규모는 최근 5년간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의 채무보증이 막히자,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1조11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7% 감소했다.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하는 상출집단은 47개 중 10곳이다.
 
채무보증 규모는 기존 연속지정 집단에서 4375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676억원), 호반건설(3193억원), 삼라마이다스(2731억원)는 규모가 감소했으나 여전히 남은 상태다. 넷마블은 채무보증을 해소하는 등 올해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상출 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기업 중에서는 중흥건설(806억원), 태영(592억원), 세아(696억원), 한국타이어(83억원), 이랜드(863억원) 등이 채무보증을 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TRS와 자금보충약정 관련 서면실태조사도 진행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A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B 계열사가 A가 발행한 채권 등을 기초로 TRS를 체결하면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자금보충약정은 채무자의 여신상환능력이 줄어들 경우 제3자가 출자 또는 대출의 방식으로 채무자의 자금을 보충해주는 약정이다. 주로 대규모 부동산을 개발할 때 쓰인다.
 
두 수단 모두 기업들이 채무보증 대신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공정위는 함께 현황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상출집단 계열사 간 TRS 거래 규모는 201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조5333억원(20건)으로 집계됐다. 비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한 전체 TRS 거래 규모는 6조1070억원(54건)이다.
 
자금보충약정의 경우 같은 기간 31개 상출집단 소속 100개 회사가 1148건의 거래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은 242건(21.1%)이었고, 비계열사와 맺은 약정은 906건(78.9%)이었다. 특히 상출집단 소속 건설사와 비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이 738건(64.3%)이었다.
 
공정위는 채무보증 감소세와 TRS 거래가 연관성이 있다고 속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악용 사례가 있을 수 있어 감시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채무보증과 비교해 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이 상당수 존재하고, 계열사 간 TRS 거래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며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 정보'를 2일 공개하고 대기업 집단의 채무보증은 감소세지만 TRS 규모는 6조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 세종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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