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심화로 집값이 속속 떨어지고 있지만 기준금리의 연속적인 인상 역시 예고되면서, 내집 마련 타이밍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과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금융 부담에 따른 매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시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시점이 부동산 시장 하락기로 내집 마련을 하기에 나쁜 시기는 아니지만, 무턱대고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모처럼 매수자 우위 시장인 현 흐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 매매량(누계)은 총 41만779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줄며 사실상 반토막났다.
특히 9월의 경우 3만2403건으로 1년 전 대비 60.3% 줄었고, 이 중 아파트 매매량은 전국 1만8028건으로 67.3% 급감했다. 또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856건으로 1년 새 77.9%나 줄며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매매수급지수도 좋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75.4로 전주 76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또 서울 강남권은 79.4를 기록하며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수 80선이 깨졌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물가 및 환율 불안 해소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당장 이달 2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며, 금리가 단번에 0.5%포인트 오르는 '빅 스텝'이 2개월 연속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경제·금융 혼란기에는 내집 마련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최근 경기 침체가 비단 우리뿐만 아닌 글로벌 현상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침착한 자세로 매수 시기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작년까지 치솟던 집값이 하락 조정기를 가고 있는 것은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매입한 다주택자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그동안 매입할 기회를 놓쳤던 수요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관망하는 자세가 맞다고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거시경제의 여러 가지 요인 중 수요자들이 가장 체감하고 있는 금리 인상이 멈추고, 다시 인하기에 접어들 때 거래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그 즈음을 매입 시기로 보고 그동안 자금 여력이나 후보지를 정하는 등 내집 마련에 필요한 부분들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갖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거시경제를 포함해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정책, 금리, 공급이 맞물리는 시기에 가장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 현재는 수급 불균형이 여전하므로 대세 하락기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최선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레버리지를 활용한 내 집 마련이라면, 시세 하락기에도 버틸 수 있는 자금 여력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금 마련에 좀 더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타이밍을, 그 뒤에는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어쩌면 타이밍보다는 가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른바 먼저 돈을 마련하고 후에 고민하는 '선돈후곰' 전략을 펼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동안은 대기수요로, 정부 규제 완화와 금리 인상이 멈추면 매물을 관심 있게 보고 경제적 수준에 맞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 시민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