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경색되고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업계가 연내 '밀어내기' 분양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시장 침체로 미분양 위험이 증가하고 있지만 추후 전망이 더욱 좋지 못한 만큼 일정을 계속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최근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내달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단번에 0.5%포인트 오르는 '빅 스텝'이 2개월 연속 단행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내년까지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건설 업계 역시 추가 금융비용 발생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물량을 최대한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분양예정 아파트는 임대를 포함해 전국 89곳, 총 6만131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1월로만 국한하면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 물량인 3만413가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특히 11월 물량에는 10월에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된 물량만 3만3894가구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서울 정비사업 단지도 포함돼 있다.
주택 시장 침체로 분양 여건이 녹록지 않음에도 업계가 분양을 쏟아내는 것은 그간 분양 시기를 미룬 곳들이 많아서다. 올해 상반기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양 일정을 하반기로 늦춘 단지들이 많았는데, 하반기 금리 인상 폭이 가팔라지며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분양을 마냥 늦추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분양을 더 늦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물가 상승률이나 환율 문제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행사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되는 쪽을 택하기보다는, 이를 줄이기 위해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더라도 분양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도 연내 밀어내기 물량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라며 "미분양 증가에도 내년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그간 속도를 조절해왔던 건설사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들어 분양 일정이 1~2주 정도 연기되는 것은 다반사인 상황이 됐다.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인상되고 시장이 개선될만한 부분이 없어 건설사들이 연말까지 계획된 물량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며 "내년 이후로는 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