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민주당 몸조심에 정의당·기본소득당 존재감 과시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 국정조사 추진' 요구…민주당은 계속해서 '머뭇'

입력 : 2022-11-02 오후 6:18:27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169석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직후 수습에 방점을 찍으며 책임 추궁에 머뭇거리자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군소 야당들이 ‘윤석열 대통령 사과’, ‘국정조사 추진’ 등을 주장하며 제1야당의 빈 자리를 메웠다.
 
이정미 신임 정의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대표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며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수사 주체도 아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수사를 받을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최고 수장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날 경찰청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도에 그쳤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면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경찰에서 발표하고, 국회 차원의 상임위원회(행안위)가 됐든 이것이 미흡하다면 국정조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파면 요구도 이재명 대표나 박홍근 원내대표가 아닌 정청래 최고위원 발언을 통해 나왔다. 
 
민주당은 참사 당일 112 신고 내역과 녹취록 공개로 책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자, 비로소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기조를 전환했다. 이재명 대표는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만 해도 "지금은 무엇보다도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민주당은 어떠한 것을 제쳐 두고도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3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미루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도 이태원 참사 수습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적어도 국가 애도기간인 5일까지는 수습에 전념토록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참사 당일 112 신고를 통해 '압사'에 대한 우려와 경찰 통제를 촉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이어진 것이 드러나자 더 이상 수습에만 방점을 찍기에는 어렵게 됐다. 첫 신고는 참사 발생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34분 접수됐으며, 신고자는 "압사 당할 것 같다"며 경찰의 통제를 요청했다. 장소도 "해밀턴 호텔 골목 이마트24"라고 특정했다. 경찰은 접수된 신고 11건 중 4건만 출동했고 나머지는 출동 안내 수준에 그쳤다. 이를 통해 사전에 적절한 대처가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역시 참사 직후에는 정부에 초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정미 대표는 참사 발생 다음날인 30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정부가 지체없이 사고 수습에 나설 수 있도록 정의당은 초당적 협력에 나설 것”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에 대한 축하 메시지 등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정의당은 사고 수습 지원과 안전대책 마련 등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시급히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역시 30일 “밤새 사고 수습을 위해 애쓴 소방당국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 두 손을 걷어부치고 CPR에 함께 나섰던 시민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대통령 담화문의 약속처럼 조속한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이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기 시작한 건 이상민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보도된 직후였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국민 안전을 책임질 주무장관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자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 메시지를 통해 “주최 측이 없었다거나 경찰력 통제 여부와 무관하다, 당일 광화문의 집회 때문에 경찰력이 분산되었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유가족과 국민에게 두 번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며 “수습만큼이나 이번 참사의 원인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용혜인 대표 역시 같은 날 “행안위에서 이 장관의 미흡한 인식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입법과제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당시 민주당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추모 기간 중 정쟁을 삼가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국회 행안위 업무보고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전 합의로 질의조차 없이 40여분 만에 끝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추모 기간 중 정쟁을 삼가하고 수습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관계 부처의 현안보고만 받고 질의는 하지 않기로 간사 간 합의했다. 행안위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상민 장관은 논란이 된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정확한 사고원인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행안위 내 유일한 비교섭단체인 용혜인 의원은 거칠게 항의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추모만 하라는 것이냐. 이게 바로 윤석열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태도”라며 “왜 행안위가 윤석열정부의 방침에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당연히 국민을 대신해 물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당장 다음 회의 날짜를 잡아서 질의해야 한다”며 “질의 없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일방적으로 보고한다면 이것은 누구를 위한 회의냐. 이런 것이야말로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냐”고 따졌다. 
 
용 의원을 항의를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의 현안보고를 받은 뒤 “언론에 나온 내용을 다시 리뷰하는 회의를 왜 해야 하나. 대안이 있을 텐데 최소한 질의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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