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그룹의 실사 기간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과시하며 연구개발(R&D)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11월 말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최종 투자자 선정과 기업결합에 대한 국내외 인허가 취득, 유상증자 등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거래를 마무리한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려 한다. 대우조선 R&D 투자를 늘려 첨단 방산 기술을 확보하면 민간 상선 개발 역량도 오른다는 계산이다.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이 대우조선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하면 자율운항 민간 상선 개발 능력 확보로 이어지는 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에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탑재한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는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시너지도 기대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발전 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지주사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송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에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탑재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료탱크는 2만4000 TEU급 컨테이너 선박 내부에 탑재하는 사각 모양이다. 고망간강은 영하 163℃ 극저온의 액화천연가스를 견디는 화물창과 연료탱크 소재로 기존 인바(니켈 합금강)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보다 가격이 낮고 극저온에서의 성능은 물론 높은 강도와 내마모성으로 LNG 화물창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와 10여년 공동 연구 개발한 끝에 올해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사용한 LNG 연료탱크를 만들어냈다.
친환경 선박 기술 검증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지난 4월 그리스 마란가스에 인도한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을 분석한 결과, 자체 개발 축발전기(SG)와 공기윤활시스템(ALS)을 통해 비슷한 규모 선박보다 약 5% 연료를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항로인 유럽-아시아 운항 기준으로 한 척 당 연간 약 25억원을 아낄 수 있는 수준이다.
축발전기는 운전중인 선박 엔진 축의 회전력으로 전력을 생산해 연료비는 물론 메탄 슬립,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공기윤활시스템은 선박 바닥 면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연속으로 만들어 마찰 저항을 줄이고 연비는 높인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에 필요한 방산 역량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과 방산 분야 선박, 함정에 대한 사이버 보안 관련 기술력을 쌓고 있다. 지난 2019년 영국선급 로이드로부터 스마트십 솔루션 최상위등급 AL3를 인증획득했다. 2020년에는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과 함정사이버보안 연구 협약을 맺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4년 1월 이후 의무 적용되는 국제선급연합회 사이버 보안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해양 사이버 보안 기업 디에스랩컴퍼니와 기술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는 투자 시너지로 조기 흑자전환도 내다본다. 대우조선해양은 주력인 고부가 LNG 선박으로 수주 목표를 2년 연속 초과달성해 3~4년치 일감이 쌓여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까지 LNG운반선 36척에 컨테이너운반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창정비 1척 등 총 44척(기)로 약 99억 달러 상당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올해 목표 89억 달러 대비 약 111%에 해당한다.
한화는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 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 사업이 추가되면 대우조선해양이 조기에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당사자 참여'를 요구하며 현장 실사 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원만한 인수를 고심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승계, 인수 후 상선·해양·특수선 등 본부별 분할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