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중앙은행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준금리 간극이 크게 벌어짐에 따라 이달 24일 예고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돼서다.
문제는 미국의 연속적인 고금리 정책에도 자국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고, 이 같은 강경 통화 정책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에 보폭을 맞춰 긴축 모드를 전개해 나가야 하고, 이를 통한 대출 금리 상승 지속은 곧 거래 냉각, 자금 경색, 시세 급락 등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자이언트 스텝을 실시했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왔음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이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번 조치로 3∼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3.75∼4%까지 상승했다. 이는 근래 15년 중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당장 이달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3%)와 격차가 0.75~1%포인트로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미국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달 최소한 기준금리 0.5%포인트 오르는 '빅 스텝' 정도는 이뤄져야 어느 정도 간극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무엇보다 내달에는 금통위가 없기 때문에 0.25%포인트 인상 수준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미국의 긴축 통화 정책 흐름의 중단 시기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점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올 하반기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주택 시장은 상당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인데, 추가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 9월부터 7%를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한은이 예상 시나리오대로 기준금리를 3%에서 3.5%까지 올릴 경우 올해 연말에 8%, 내년 초에는 9~10%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저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 지속 흐름은 이미 국내 경제의 일부라 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는 상태였다"며 "특히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은 입장에서는 예상을 넘어서는 기준금리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는 주택 수요층의 이자 부담 증가와 함께 구매 여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매수 의사가 자연스레 떨어지다 보니 매물의 가격 낙폭은 더 커지고, 주택 시장의 한파 흐름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은행 직원이 달러화를 펼쳐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