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수 위원장 "50만호 공급대책 '빚내서 집 사라' 시즌2"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집은 돈이 아닌 권리"
'지옥고'에 내몰리는 청년들 여전, 주거현실은 '최악'
정치·언론 '2030 영끌족' 부추겨…"불안심리 조장"
"50만호 공급대책, 정부가 청년에게 빚 권하는 꼴"
청년 공공임대주택 거주기간, 최소 10년으로 확대 필요

입력 : 2022-11-07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의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은) 마치 정부가 '청년들에게 줄을 서서 빚을 지라'고 떠미는 꼴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 가난한 청년도 쾌적하고 안전한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주거불평등의 현실을 마주하고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거는 돈이 아닌 권리'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안정 대책인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7% 떨어져 10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 청년들에게는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영끌족'이 되지 않는 이상 접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보면 34만호가 청년층에게 배정돼 있다.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을 합친 나눔형 주택의 경우는 주변 시세의 70% 이하 분양가, 40년 만기로 최대 5억원(주택담보대출비율 최대 80%, DSR 미적용)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민달팽이유니온이 말하는 '주거권'이 무엇인가.
 
집이란 돈벌이 수단이 아닌 권리로써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청년이 주거빈곤을 겪는다고 했을 때 이를 일시적인 문제라거나 잠시 견디면 되는 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청년세대가 겪는 주거불안은 한시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누구나 주거권을 보장받는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주거권의 개념이 생소하거나 몹시 협소하게만 해석되고 있어 다양한 주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한국 사회에 주거권 개념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기존 주거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 또한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 주거권 운동 단체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거는 돈이 아닌 권리'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안정 대책인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사진=민달팽이유니온)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 청년들이 바라보는 '집'이란.
 
국가는 모든 시민에게 주거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개인에게 주택 소유를 통한 주거안정만을 단 하나뿐인 해답인 양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집을 획득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다. 매년 수십만 호의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다주택자의 수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자가 더 많은 집을 소유하고, 이러한 흐름이 세습을 통해 청년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청년세대는 정말 '영끌'의 주역이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그보다는 부의 세습이 현 부동산 시장 내 청년층을 비롯한 어린 세대의 주택 구입을 설명하기에 보다 적합한 단어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정치인과 언론은 내 집 마련 정책을 통해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하며 현시대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더 많은 민간 주도의 개발과 주택 공급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계속해서 주거불평등이 심화될 것이고 이는 이미 현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불평등으로 증명되고 있다. 집이 곧 돈벌이 수단이며, 부의 세습을 이끄는 주역이었던 사회를 이제는 끊어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집값 하락에 2030 많은 '영끌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이유를 2030영끌족 때문이라고 하거나 2030영끌족이 부동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실체 없는 선동에 불과했다. 2030영끌족 한 명을 극단적으로 과대하게 해석해 청년층의 주거에 관한 동향을 조작했던 것도 문제지만 2~3억원을 대출받아 수십 년 동안 100~200만원의 이자를 월마다 고정지출해야 하는 상황을 '안정'이라 여기도록 구조화해 '빚내서 집 사라'는 기조를 당연한 명제처럼 받아들이게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가장 악독하게 와닿았다. 결국 이 혼란의 다음 단계로 곧장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자가 두 배로 오른 청년, 깡통주택에 입주했다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처한 청년, 무리한 대출을 요구하면서 투자 상품의 일환이라고 속이던 일당에게 넘어가 보증금을 전부 떼이게 된 청년 등 2022년 현재 시기에 이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2020년 언론과 정치권이 몰아세웠던 영끌 대출과 절대 무관할 수 없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내집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교란을 야기하고 청년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의 주거불안을 심화시키는 방식을 계속 반복해선 안 된다. 집다운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란 주택을 소유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빚져서라도 당장 내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낙오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집을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과 멸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세뇌시키듯 내뱉고 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실효성은.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무력해지는 순간 중 하나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청년 당사자분들을 만날 때다. 정말 이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할 제도가 하나도 없다.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것 외에 대체 무엇을 시도할 수 있나.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피해를 구제하긴 어려우니 앞으로도 조심하도록 하라, 특약이나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이용해라, 중개사한테 잘 말해둘 테니 다음엔 더 많이 공부해서 집 알아봐라, 정 불안하면 보증보험 가입하고 보증료 내라는 식이다.
 
하지만 정말 현장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거다. 공인중개사가 청년, 세입자들에게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제대로 확인시켜주고 설명해주는 게 어디 흔한 일이던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한 줄 더 넣겠다고 하는 것이 다니까 이게 답답하다. 공인중개사의 의무 규정을 강화하고 관리·감독을 위한 감독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결합돼야 하는데 이런 건 깜깜무소식이다.
 
청년주거권이 해결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주거불안은 집값이 내려가거나, 그 정도 효과를 단기간에 줄 수 있을 만큼의 대출 지원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 자체가 틀렸다. 주택소유주는 왜 마음대로 집값을 올릴 수 있으며, 세입자의 보증금은 왜 임대인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가. 세입자의 보증금은 함부로 임대인의 사금융처럼 쓰이는 와중에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왜 제도적으로 완전하게 보장돼 있지 않은가.
 
전세 4000만원짜리 주택을 없애고 전세 20억짜리 동네를 만드는 것이 민간 재개발이라면 이게 왜 청년을 비롯한 미래세대에게 이로운 일인가. 이 모든 질문을 주거권에 기반하여 답하다 보면 우리가 겪는 주거불안은 단순히 대출을 늘리고 민간 분양 아파트를 더 많이 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는 청년세대에 50년 대출 상품 만들어주겠다, 종부세 깎아주겠다, 청약 추첨 늘려주겠다는 식의 정책은 우리가 가진 주거권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그런 게 우리가 누려야 할 주거권의 전부일 리 없다. 집은 돈이 아니라 권리이기 때문이다.
 
'50만호 공급 대책' 중 34만호가 청년들 몫으로 배정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정책은 청년과 서민 50만명에게 줄을 서서 빚을 지라고 말하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청년이여, 빚을 져라. 부동산 개발과 대출과 투기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무게를 지탱해라. 더 많이 부수고, 새로 짓고, 빚지는 사회에 이바지하여라. 그리하여 주거권 보장은커녕 더 큰 주거불평등 사회로 나아가라'고 떠미는 꼴이다. 이번 공급대책은 청년주거 문제와 멀어질 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공공부지는 민간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팔아넘기겠다, 민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개발계획을 성사시키겠다'는 말들을 청년 위한다는 말 뒤에 감춰둔 것에 불과하다.
 
청년세대가 겪는 주거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만들어진 청년주거정책의 본질마저 흐리고 있다. 개발을 덜 해서 여느 청년이 살만한 집이 없나. 아파트를 덜 지어서 청년세대의 주거불안이 심각했던가. 정말 공급이 부족해서 우리의 삶이 그토록 빈곤하고 위태로운가. 아니다. 청년에게 빚지라고 부추기지 말고 개발이익과 투기 수단으로 청년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내 집 갖기 경쟁에 청년을 내몰지 말고,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거는 돈이 아닌 권리'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안정 대책인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사진=민달팽이유니온)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청년주거정책이 있는지.
 
청년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거주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6년이라는 기준은 청년세대의 주거문제가 한시적인 것에 불과한 편견으로 기인한 것 아닌가. 입주 대상이 청년이라는 이유로 거주기간을 10년도 되지 않는 기한으로 제약을 걸어두는 것은 연령에 의한 차별과 다름없다.
 
청년주거급여도 분리지급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2022년 도입된 청년월세지원의 정책대상은 기준중위소득의 60%인데 이를 전면 적용해 상대적 빈곤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더 다양한 형태의 주거빈곤을 겪는 청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주거지 지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큰 깡통주택에라도 입주하게 되는 이유는 이들이 안전하게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적기 때문이다.
 
노동자에게는 그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감독관 제도가 있듯이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주택임대차계약에 관해 중개사, 임대인 등을 감시 및 관리·감독할 수 있는 감독관 제도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청년 주거 교육과 상담을 중심으로 현장 기반의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불평등 완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득권 입맛에 맞는 청년 계층을 대표하는 청년주거정책 말고 빈곤과 불평등 앞에 놓인 취약한 청년에게 도움이자 안전망이 되는 청년주거정책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주거 안전망이 촘촘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모두의 주거권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년 주거권 운동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집이 제발 돈벌이 수단이 아닌 권리로서 이야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민달팽이유니온과 더 많이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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