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타고 퍼지는 '이태원 참사 마녀사냥' 심각

현장 목격담 근거로 너도나도 '특정인 색출'
애먼사람 특정한 뒤 무차별 비난·신상털기
경찰도 SNS 근거로 참고인 소환 조사 나서
'특정인' 의혹 벗어나도 "아니면 말고"

입력 : 2022-11-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핼러윈 축제에서 156명이 사망하는 '이태원 참사'의 발생으로 전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누리꾼들이 사고 원인에 대한 주동자 색출과 비난이 한창이다.
 
참사 당시 몇몇 특정인들이 군중을 밀어 도미노처럼 쓰러져 사고가 발생했다는 현장 목격담과 각종 의혹 등이 퍼지면서 영상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들에 대한 신상털기도 이어졌다. 심리 전문가는 군중 속에 범인을 색출하려는 노력인 일종의 왜곡된 '투사' 심리가 특정인들을 희생양으로 몰아 또 다른 피해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A씨 SNS 캡쳐)
 
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좁은 골목길에서 일부 사람들이 "밀어" 등을 외치며 고의로 밀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는 이태원 인파 사진 속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이 군중들을 밀라고 외친 특정 인물로 지목되면서 확대된 사진과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공개됐다. 결국 A씨의 신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들 무리가 주범이라는 듯 한 비판이 계속됐다.
 
경찰도 이같은 의혹에 A씨를 지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A씨는 사고 발생 전 이태원을 먼저 벗어났다는 자신의 이동 경로 등을 제시하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도 자신이 주동자로 지목되자 지하철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증거로 보이며 "마녀사냥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참사 당일 토끼 머리띠를 착용하고 이태원을 방문한 건 맞지만, 사고가 났을 때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핼러윈 축제를 맞아 인터넷 생방송을 하던 한 인터넷 방송인(BJ) 배지터의 영상에서는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하는 급박한 장면이 송출됐다. 그가 난간에서 몇몇 사람들을 위로 올려 구조하는 과정에서 "그만 올리라"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영상에 담겼고, 해당 사람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과 신상털기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졌다. 결국 배지터가 "그분도 그전까지는 계속 도와줬다. 다 같이 거기(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건데 신상 털지 말아 달라"며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마녀사냥 식 주동자 색출은 잘못된 군중심리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주동자를 찾으려는 노력은 일종의 '투사' 심리인데 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자신이 가진 분노와 불안감을 어떤 소수에게 투사하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희생자의 지인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임 교수는 "사회와 정부에 근본적인 참사 발생 원인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투사 대상이 되선 안된다. 사고 와중에 도와주지 못하고 희생자들을 구해주지 못해 죄책감이 있을 텐데 죄책감이 더 심각해지는 등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트라우마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신상이 공개됨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심할 것"이라며 "본인이 위험을 초래하게 됐다는 자책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잘못된 피해와 낙인이 생기고 그 사람들은 파생적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만약 혐의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관리할 문제"라고 했다. 이어 "참사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트라우마인데 사실관계도 없이 가해자로 지명돼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에 대한 보상문제도 언급됐다. 이웅혁 교수는 "만약 혐의없이 마녀사냥으로 그친다면 그 사람들의 외상을 누가 보상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인 없는 응징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군중심리에 밀려 함부로 예단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임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이같은 투사심리로 비롯된 한 교감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이 있었다"며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종결될 때 까지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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