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10일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 업계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일정 수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매수 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전면적인 시장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이날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을 내놓고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아울러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내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50%로 고정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허용된다. 또 생활 안정 목적 주담대의 경우 한도가 없어지고, 무주택자 LTV 우대 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이 주택 거래의 활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낙폭이 컸던 경기 안양시 동안구, 수원시 영통구, 화성시, 의왕시 등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이 대폭 해제된 점이 주목할만하다"며 "이번 방안이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에 다소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구입할 시 취득세가 8%지만, 조정대상지역 해제지역에서는 일반세율(1~3%)로 바뀌므로 급급매 중심의 매물 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침체기에는 세제·대출·청약 규제 등으로 투기수요를 더 이상 제한할 필요가 없는 데다 중복 규제로 인해 실수요마저 거래를 외면하자, 집을 사고파는 구매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며 "전매제한 및 재당첨제한, 가계 대출 등 묶였던 규제가 풀리며, 청약과 주택 구입 여신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 해제 효과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고, LTV 완화와 별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금리가 시장의 최대 변수다. 현재 주택 시장은 금리 발작이 진행 중인 상태로,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규제지역 해제는 청약, 여신, 세제와 관련해 구입 장애가 없어졌다는 것이지, 거래 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빠른 거래 활력을 기대하기는 제한적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주정심이 3번이나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 할 수 있다"면서도 "DSR 차주 규제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LTV 완화로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자체가 꺾여 있고, 취득세, 보유세 중과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 주택 거래 냉각이 워낙 심각해 정부 입장에서는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우리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는 꺾인 상태다. 이번 방안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취득 억제, 보유 억제, 양도 억제 정책에 대한 규제 완화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규제지역을 완화한다 해도 전면적 시장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