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연이은 '거짓말' 의혹이 불거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옹호론이 일어나고 있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발언하면서 박 구청장이 "마음의 책임"을 지겠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것과 비교되고 있다.
박 구청장·최 서장 모두 '업과사상' 입건
11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최 서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최 서장은 소방단계 늑장 상향, 경찰 공동대응 요청 묵살 등에 대한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최 서장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은 연이은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책임의 종류에 관한 질의를 받자 "마음의 책임"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박 구청장이 '마음의 책임'이라는 발언 뒤에는 실질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여러 거짓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용산구청 당직일지 '당직실' 위치
먼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공개한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일지'에 따르면 용산구청이 상황실이라고 주장한 곳은 참사 당일 당직실이었던 걸로 확인됐다. 당직일지에는 용산구청 관할 구역을 순찰한 관내순찰 결과에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은 특이사항으로 간단히 언급돼 있었고, 용산구청 종합상황실로 소개된 전화번호는 두 개로 각각 안전재난과 당직실 번호인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구청 측은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구청장이 29일 오후 10시50분쯤 현장에 도착한 후 비상연락망 가동을 지시했고, 오후 11시에는 긴급상황실을 설치해 비상대책회의를 했으며 30일 0시20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 수습 지원에 나섰다고 밝혀왔다.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부구청장 주재로 개최한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 문서에도 용산구청은 당시 당직실에 핼러윈데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긴급 대책회의 또한 박 구청장은 '취임 4개월 차'라는 이유로 관례대로 부구청장이 주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2년간 용산구 핼러윈 안전 대책 회의는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이 주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실→긴급상황실→사고대책본부"
용 의원은 "29일 당직실 민원 접수에도 해당 내역은 전혀 없고 참사 이후 실종자를 접수하는 문의에는 3차례나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박 구청장은 '상황실이 지휘했다', '긴급상황실을 설치했다', '사고대책본부에 있었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데, 당일 당직실 상황을 보면 당시 용산구청 컨트롤타워는 부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귀갓길에 사건 현장 인근 거리를 현장 점검했다는 최초의 해명을 번복한 것을 두고도 거짓말 의혹이 불거졌다. 구청장은 참사 당일 참사 장소에서 4분 거리인 퀴논길을 오후 8시 20분과 9시 20분 두 차례 순찰·점검했다고 주장했지만 CCTV 분석결과 자택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박 구청장은 "기억에 혼선이 있다"고 설명했고 구청 측도 "의령군수와의 면담 후 오후 8시20분쯤 서울에 도착해 엔틱가구 외빈주차장에서 하차한 후 도보로 귀가했는데, 평소 귀가 동선이 퀴논길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당연히 같은 길로 귀가한 것으로 기억한 것"이라며 "최초의 해명을 번복하게 된 것은 불찰이나 거짓말을 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기억에 혼선…거짓말 할 의도 아니었다"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이 의령을 방문한 실제 목적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 의령은 박 구청장의 고향인데, 집안 제사 참석차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청 측은 지난 9월부터 의령군수와의 면담을 통해 참사 당일 의령 지역 축제 방문 일정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을 정조준해 부실 대응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44분부터 익일 오전 6시35분까지 여섯 차례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지만 박 구청장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박 구청장 사퇴해야"
현재 박 구청장을 상대로 정치권은 물론 구민들의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박 구청장의 소속 당인 국민의힘 윤상현·하태경 의원까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용산시민연대 소속 용산구민들은 지난 7일부터 구청 앞에서 박 구청장 사퇴를 목표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용산구청 열린구청장실 '구청장에게 바란다'에도 박 구청장의 사퇴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답변을 드리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