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의 TBS 예산 지원 근거를 폐지하는 조례안이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본회의에서는 당초 오는 22일 예정돼 있던 조례안 상정 시점이 이날로 앞당겨진 데 대한 논란이 일었다. 급하게 앞당겨진 일정에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등 표결에 불참하고, TBS 직원들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병도 민주당 의원은 안건 상정에 앞서 진행된 의사 진행 발언에서 "양당의 합의 없는 TBS 폐지 조례안 안건 상정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애초 오늘 본회의가 상정돼 있지 않았고 지난달 29일 참사로 인한 안타까운 상황으로 예정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로 양당 간의 의사일정을 협의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 회의규칙 등에 의하면 의회의 인사 운영은 양당 대표 간의 협의를 거쳐서 진행해야 한다"며 "오늘 상정된 TBS 지원 폐지 조례는 다양한 시민들의 이견이 존재하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안건인데 협의도 없이 상정하고 처리하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찬반토론에서 TBS 폐지 조례안 반대 의견을 피력한 유정희 의원(민주당 TBS 언론독립을 위한 TF 단장)은 서울시 회계 규칙 제50조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 일치는 위원장이 부위원장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명시된 점을 근거로 "특정 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것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동 안건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조례안이 15일 통과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발표했다"며 "이는 이강택 TBS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힌 바로 다음 날인데, 본 위원은 tbs 대표 사의와 폐지 조례안 처리 강행이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문체위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위원과 직원들이 이 사실을 기사를 통해 접했으며 급하게 의사 일정을 변경했다는 점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특정 정치 세력이 언론을 탄압하는 문제를 넘어 다수당이 의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동 안건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발언대에 나섰다는 이효원 국민의힘 의원은 "폐지 조례안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개혁의 발판"이라며 "본 폐지 조례안은 수년간 이어져 온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정 능력이 결여된 서울시 출연기관의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TBS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과 논란은 현 11대 의회 전부터 민주당 일색이었던 지난 제10대 시의회에서도 끊이지 않았다"며 "시사 프로 진행자에 대한 과도한 출연료 지급 문제부터 거짓·허위·왜곡 방송으로 인해 겪게 되는 국민의 피로감은 이미 쌓일 대로 쌓였고 방통위 등 대내외 기관으로 77건의 제재를 받았음에도어떤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박유진 민주당 의원은 "천만 유권자를 이끌고 있는 서울시장의 기본적인 판단이 TBS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편향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은 지난 시정 질문 때 폐지 조례안이 시장 본인의 생각과 다른 조례안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암시하는 건 어떤 내용이냐"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조례 시행일자는 내년 2023년 7월 1일에서 6개월 유예된 2024년 1월 1일이다. 조례안은 추후 서울시 조례·규칙 심의회 심의를 거쳐 공포·시행된다.
TBS는 연간 예산 500억원 중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실장 존폐 기로에 놓였다. 민주당 소속 문체위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시작부터 고성으로 반발했고 안건 상정 전 대거 퇴장했다. 그러나 전체 의석 112석 중 76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 주도에 따라 상임위 심사부터 안건 상정과 투표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TBS지부·TBS노동조합은 "한국 방송사에서 처음으로 지자체로부터 독립된 재단을 만들어 설립한 지역 공영방송 TBS가 불과 몇 십분 만에 사라지고 있다"며 향후 투쟁을 예고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5회 시의회 정례회'에서 야당의원들이 'TBS 폐지 조례안' 상정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