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비자들의 주거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동시에 인테리어를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가구 소비와 인테리어로 자신의 개성과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웬만한 가구로는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가구업계는 가구에 예술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현대리바트가 영국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 '유니버설 에브리띵'(UE)과 협업한 '퍼니처인모션' 제품 사진. (사진=현대리바트)
유통 공룡들에게 인수된 가구업체들 사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고급 가구에 대한 수요를 일찌감치 확인했다. 이들 기업은 백화점 리빙관을 늘려 가구 전시 공간을 확대하고, 초고가 가구 기획전을 마련해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런 영향으로 백화점 그룹에 속한 가구업체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예술을 활용한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현대리바트(079430)는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결과물을 올해 내놨다. 8월 현대리바트는 글로벌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인 '아트앤디자인프로젝트(Art&DesignProject) 2022'를 통해 제작된 가구 컬렉션을 론칭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을 비롯해 폴란드·우크라이나·스페인·핀란드·스위스 등 해외에서 영향력 있는 글로벌 예술가와 디자이너 7명이 참여했다. 현대리바트는 이들과 함께 소파·침대·테이블 등 아티스트별 가구 컬렉션을 만들었다. 제품 디자인은 해외 작가가 맡고, 기획·제작 판매는 현대리바트가 진행하는 형식이다.
2020년 현대리바트는 전담 부서인 '크리에이티브랩'을 신설해 약 2년간 글로벌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가구에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현대리바트는 영국 건축·실내 디자인 전문기업 에이브 로저스 디자인과 협업해 '리바트 컬러 팔레트'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리바트는 컬러 팔레트 색상을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죠르제띠' 플래그십스토어도 연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예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전문가와 협업해 가구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며 "고급화 전략을 통해 늘어나는 초고가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까사가 영국의 현대미술작가 리차드 우즈와 협업한 제품 사진. (사진=신세계까사)
해외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신세계까사에게도 익숙한 사업이다. 2018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신세계까사는 인수 직후부터 고급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영국의 '리차드 우즈', 미국의 '크리스티안 르뮤', 스페인의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일본의 '미키야 코바야시' 등 글로벌 디자이너 또는 예술가의 협업을 통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가구매장도 갤러리처럼 단장했다. 예술작품과 가구를 함께 배치해 가구도 예술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제품을 구매하는 매장에서 나아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품격을 높인 것이다. 신세계까사는 올해와 내년 중점 전략 중 하나로 '공간 혁신'을 내걸고 올해 두 곳의 매장을 예술과 접목시켰다.
4월 아트 커머스 브랜드 '위아트'와 협업해 까사미아 압구정점 동관에 아트 컬렉션 전시·판매 공간인 '퍼니처 아트 갤러리'를 열었다. 200여 점에 달하는 위아트 대표 작품을 신세계까사의 가구와 함께 연출해 실제 생활공간에 배치했을 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들은 라이프스타일과 주거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추천받고 액자 선택, 디스플레이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전문 큐레이터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어 10월에는 까사미아 서래마을점을 '아트 살롱' 콘셉트로 리뉴얼했다. 건물 외벽부터 아트웍으로 꾸미고 내부는 아트 소품 전문관, 예술가와 협업한 가구 단독 전시관,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키텍트에디션 등으로 구성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소득수준 상향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천편일률적인 가구가 아니라 호텔처럼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구를 원한다. 에술가와 가구가 협업하면 소비자들에게 그런 기대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지속적으로 예술가와 협업해 색다른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와 도전으로 부진한 영업이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의 3분기 매출액은 36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7.3%나 쪼그라들었다. 신세계까사의 매출은 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었다. 하지만 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