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랩스, 유증·액면병합에 소액주주 지분 ‘반토막’

소액주주 지분가치 희석에도 자금사용 계획은 '오리무중'
5대 1 주식병합…주당 가치 높아져도 기업가치는 변화 없어

입력 : 2022-11-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패션 및 코스메슈티컬 사업을 영위하는 메타랩스(090370)가 대규모 유상증자와 액면병합을 연이어 실시했다. 회사측은 액면병합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액면병합과 유증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크게 절하된 데다, 자금조달 계획까지 변경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타랩스는 지난 15일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5대 1 액면병합을 완료했다. 액면병합에 따라 기존 500원이던 액면가는 2500원으로 변경됐으며, 발행주식총수는 1억2452만3448주에서 2490만4689주로 감소했다.
 
메타랩스가 액면병합에 나선 것은 일명 동전주를 탈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1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가격이 낮은 덕분에 개인들의 진입장벽이 낮지만, 주가 급등락이 잦고 기관투자자들이 잘 진입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실제 회사가 밝힌 액면병합 사유도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통한 주가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다.
 
메타랩스는 액면병합과 함께 타법인 인수 등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액면병합 결정 한달전 최대주주인 이종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위버랩스를 대상으로 총 3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했으며, 더블유비엠1호조합을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유증을 계획했다. 발행가액은 각각 600원, 653원으로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주식 수는 유증 전 발행주식총수(7452만3448주)의 73.26%(5459만4181주)에 달한다.
 
300억원 규모의 유증이 마무리되면서 이 회장은 최대주주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지난해 말 24.77% 수준이던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5.69%까지 높아졌다. 다만, 투자자들 시선은 곱지 않다. 유통주식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단독으로 대규모 유증이 진행되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크게 절하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증과 액면병합이 모두 마무리되고 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72.12%에서 40%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메타랩스는 이번 유증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유증이 지연되고 자금사용 목적이 변경되는 등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유증이 일정대로 모두 마무리된다면 메타랩스는 총 450억원가량의 M&A 재원을 마련, 수익성 개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발행하려한 150억원 규모 유증은 이미 3차례 연기되면서 납입일이 내년 3월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자금 사용 목적도 뒤늦게 변경됐다. 최초 유증 당시 모든 자금은 타법인 인수에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120억원은 전환사채(CB) 조기상환, 180억원은 타법인 인수 목적으로 변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이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 경우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자금조달이나 투자 계획이 지연될 경우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병합은 주가부양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주식병합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당 가격이 높아져 기업이 건전해졌다는 착시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메타랩스는 액면병합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15일 액면병합이 마무리됨에 따라 내달 1일 거래가 재개, 거래정지 전 종가인 621원의 5배 가격인 3105원에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메타랩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준형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