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된 미디어젠)①없는 경영권 판다는 최대주주

이사회 장악도 못했는데 지분 매각에경영권 포함
앨터스투자자문, 미디어젠 지분 매각 무산 위기
"계약 위반·채무 불이행" 지적도

입력 : 2024-05-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박준형 기자]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기업 미디어젠(279600)이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이슈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앨터스투자자문을 내세운 최대주주 측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영권을 얹어 지분 매각을 추진하다가 이사회 장악에 실패하면서 실타래가 엉켜버렸습니다. 경영권 분쟁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앨터스투자자문의 무리수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디어젠은 지난 3월4일 최대주주가 기존 고훈 외 4인에서 키맥스 외 2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습니다. 키맥스의 특수관계인 아로마사이언스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키맥스 외 2인은 지분율 27.19%를 확보했습니다. 이에 기존 최대주주였던 미디어젠 창립자 고훈 전 대표 외 4인의 지분율 26.65%도 넘어섰습니다. 
 
키맥스 외 2인은 앨터스투자자문과 ‘주식매매계약 지위이전 약정’을 맺고 있습니다. 투자일임업을 영위하는 앨터스는 지난 2020년 미디어젠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당시 자기계정과 고객계정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으며, 키맥스 등으로부터 주식매매계약 지위를 이전 받으며 지분을 늘려왔습니다. 현재는 자기계정 지분 없이 주식매매계약 지위 계약을 통해서만 지분 44.24%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앨터스가 미디어젠 지분을 늘려가면서 현 경영진과의 관계도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앨터스는 지난해 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미디어젠에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미디어젠 최고재무임원(CFO) 자리에 앨터스가 추천한 정남호 부사장을 합류시키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 소송은 취하됐습니다. 
 
잠잠해졌던 미디어젠 경영권 분쟁은 올 들어 재점화하는 모습입니다. 앨터스가 지분 매각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앨터스는 지난 1월 키맥스 등 매매계약 지위를 확보한 고객계정 지분 38.89%를 이티홀딩스, 지담투자조합, 다솜투자조합 등 3곳에 나눠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지분 매각에 미디어젠의 경영권이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지분매각 계약서에 따르면 양수인(이티홀딩스 등)의 미디어젠 지분을 인수조건에는 △양수인 지정 인물의 이사회 선임 △미디어젠 이사회 과반 이상 확보 △양수인이 지정하는 법인 또는 개인의 경영권 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앨터스는 양도인(키맥스 등)의 이 같은 의무 이행을 보증했습니다. 올해 3월 고훈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 만큼 기존 이사회의 사임서 받으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3월 주총에선 고훈 전 대표의 재선임이 무산됐고, 주주제안으로 후보에 오른 문정식 이티홀딩스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지난해 정남호 부사장에 이어 문정식 이사까지 선임했으나 미디어젠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습니다. 고훈 대표 측 인사인 송민규, 최호현, 김동찬 이사는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사회(5인) 과반(3인)을 여전히 현 경영진이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미디어젠 대표자리에는 고훈 전 대표와 20년 넘게 미디어젠에서 근무한 송민규 이사가 선임됐습니다.
 
계약 무산 위기…"선행조건 미충족, 채무불이행 책임 있어"
 
앨터스가 보증한 경영권 양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분매각 계약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행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양수인 중 지담투자조합은 이미 계약해지 및 계약금(5억5000만원) 반환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머지 양수인인 이티홀딩스와 다솜투자조합의 계약도 불안한 상황입니다. 계약서상 앨터스의 지분매각 가격은 이티홀딩스가 주당 1만8000원 다솜투자조합과 지담투자조합은 각각 2만원입니다. 13일 종가기준 미디어젠의 주가는 1만3160원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선행조건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경영권 확보를 못 한 상황에서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사회던 지분율이던 이미 양측이 서로 합의된 사항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경영권을 함께 받겠다는 약속을 받고 계약을 했던 상황에서 지키지 못했다면 계약위반에 해당하고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앨터스의 투자방식이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 순기능과 별개로 치고 빠지는 식의 ‘먹튀’만을 노리는 이른바 '기업 사냥꾼' 행태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앨터스투자자문을 운영하는 인물은 과거에도 여러 상장사에서 경영권 분쟁 이후 지분매각 방식을 보여왔다"면서 "사실상 '유사 기업사냥꾼'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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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