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경착륙 막을 자신있나

입력 : 2022-11-23 오전 6:00:00
정부는 지난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전역과 인천, 세종이 규제 지역에서 풀려났다. 이들 지역은 지난 9월 1차로 규제를 해제할 때는 제외됐지만, 부동산 시황이 계속 악화함에 따라 이번에 추가된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4개 지역은 여전히 묶여 있다.
 
이렇게 찔끔찔끔 규제가 해제되는 가운데 부동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고금리로 집값 하락지역이 늘고,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며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이를테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6% 하락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며 25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여러 지표가 있지만, 차마 보기도 겁난다.
 
더욱이 금리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 역시 이번 주 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자 이제는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커진다. 건설회사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이들 건설사에 자금을 공급한 증권사 등 금융사들의 유동성도 핍박받고 있다. 이는 채권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등 자금경색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채권안정펀드를 재가동하는 등의 대책을 뒤늦게나마 동원해 자금경색은 조금 풀린 것 같다. 하지만 단기자금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연 20% 금리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 같은 위기 증상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당시보다도 더 심각한 것 같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외화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거대기업이 줄도산하는 등 전례 없이 어려운 경제 상황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실업자가 많이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도 추락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자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과단성 있는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려고 했다. 그럼으로써 내수시장 붕괴를 막고 더 이상의 경제 추락을 막아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자신감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겹겹이 쳐놓은 부동산거래 규제의 그물을 물려받았다. 당시 극단적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쳐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무수히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그물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됐다. 가격 인상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하락폭을 필요 이상으로 커지게 만든 것이다. 단순히 하락할 뿐만 아니라 거래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런 규제가 불필요한 외투일 뿐이다. 금리라는 최고의 가격 규제 기구가 강력하게 작동하는데 다른 규제는 불필요할뿐더러 2중 3중의 압박을 가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다른 분야의 규제혁신은 강조하면서도 이런 외투는 벗어 던지지 않고, 오히려 안주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듣지 않게 됐으니 마음이 편해진 탓일까? 뒤늦게 조금씩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감은 없어 보인다.
 
필자는 4개월 전 칼럼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가 연착륙하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연착륙보다는 경착륙 가능성이 더 짙어지고 있다. 정말로 이러다가 앞으로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어디서 또다시 약한 고리가 끊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가로막고 경착륙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악재를 제거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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