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실거래가를 넘어서는 공시가격 문제가 대두되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들어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색이 심화하고 있고 지속되는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산정이 요구된다. 특히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불합리한 납세 의무를 지는 인구도 그만큼 증가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향 조정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국토부는 22일 서울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2차 공청회'를 열어 공시가 현실화율 수정·보완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지난 4일 1차 공청회 이후 18일 만에 열리는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서도 워낙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다 보니 정부가 서둘러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공시가격 평균 현실화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평균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2020년 69% △2021년 70.2% △2022년 71.5% △2023년 72.7%다.
집값이 요즘과 같이 떨어질 경우, 현실화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 공시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전용 84.8㎡가 이달 12일 19억8000만원, 지난 10월 19일 19억원, 19억7000만원, 10월 7일 19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는 이 단지 같은 면적의 올해 1월 1일자 공시가격인 19억8500만원보다 모두 낮은 수치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에 적용하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 평균 69%로 올해보다 2.5%포인트 하향 조정된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은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69.2%, 15억원 이상 75.3%다. 올해와 비교해 9억원 미만은 1.3%포인트,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은 각각 5.9%포인트 낮아진다.
정부는 이달 내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정부가 준비 중인 내년 보유세 인하 방안이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공시가격 제도 수용성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미 집값이 많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 본다"며 "현실화율 문제뿐만 아니라 종부세 고지 인원이 120만명에 달하는 점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원래 종부세는 대한민국 상위 1%에게 물리기 위한 세금이다. 하지만 현재 종부세는 사실상 보통세로 전환하면서 원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며 "공평한 과세 원칙을 위해서라도 여야가 합의해 보다 종부세보다는, 금액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재산세를 현실에 맞게 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