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본부가 오는 2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요구안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확대로, 지난 6월 파업과 똑같다. 5개월가량 사실상 손 놓고 있던 당정은 총파업을 이틀 앞둔 22일에서야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일몰제 3년 연장안을 내놨다. 여당은 심지어 화주의 책임을 대폭 줄여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무효화하는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당정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더 후퇴한 악법을 들이밀었다"며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시멘트·컨테이너 외 품목 확대 불가 등에 협의했다. 이날 협의에는 성일종 정책위의장·김정재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등과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이번 협의로 일몰제 폐지가 아니라 또다시 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갈등의 불씨를 남겨뒀다. 안전운임제는 2019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 시효로 도입됐고,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일몰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성일종 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제도 도입 취지인 교통 안전의 효과가 불분명해 추가 검증 필요성이 있다"며 "안전운임제를 실시하면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이에 노동계는 입맛에 맞는 자료만 취했다며 맞섰다.
특히 노동계는 여당 개정안에서 화주 책임인 '안전운송운임'이 삭제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재 국토위 간사가 이날 대표 발의하고 성 의장 등 9명이 이름을 올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에서 '안전운송운임 폐지' 등이 담겼다. 국토부도 지난 9월 국회에 안전운임제 관련 보고를 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과 운수사업자가 화물기사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으로 나뉜다. 이 개정안은 돈을 지급하는 첫 주체인 화주의 책임을 없애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무효화했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틀 앞둔 22일 경기도 의왕 내륙물류기지(ICD)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총파업의 책임이 당정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6월 합의를 어겼기 때문에 죽든지 살든지 하나 선택하자는 분노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성토했다. 국토위 관계자는 "당정은 화주 부분만 도려내서 책임을 축소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화주가 책임지지 않으면 밑 단계(운수사업자)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하지 말자는 법안"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6월보다 화물연대 파업의 결집력과 강도가 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정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정은 여전히 '법과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성 의장은 "특정 집단의 이기적 이득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결코 법에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예고한 대로 집단운송거부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달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등과 관련해 "현장의 요구사항 등에 대해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한 데 발맞춘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데만 몰두해 노사를 중재해야 할 정부로서 정치력을 실종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한편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 △철강재·자동차·위험물질·곡물·택배 등 5가지 품목 확대 등이 담긴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오는 24일 0시부터 시멘트·컨테이너 이외에 철강·화학산업 원자재·조선·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주요 물류거점을 봉쇄하고 운송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당정은 이에 대비해 경찰·해수부·산업부·국방부 등 관계 기관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