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 국내에 있는 법인 A사는 사주가 해외거래처에서 받은 돈과 법인카드를 도박에 사용했다. 사주가 해외거래처에서 외화현금 등으로 용역대가를 받고 관련 신고를 누락했다. 법인카드는 카지노 호텔에서 사용한 것으로 거짓으로 결제한 뒤 대금을 돌려받으면서 상습적으로 도박자금을 마련했다. 4년간 64회에 걸쳐 돈을 빼돌렸으며 도박자금으로 활용된 돈만 3억원을 넘는다.
# 다국적기업의 자회사인 국내 법인 B사는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다. 전세계적으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소비자에 비해 외국 관계사에 제품을 저가로 판매했다. 국내 자회사의 수입은 줄이고 해외 관계사에 이익을 몰아주며 소득을 국외로 이전한 것이다.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국내 자금이나 소득을 국외로 부당이전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소득을 해외 현지에서 빼돌리는 등 역외탈세혐의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혐의자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법인의 외화자금 유출 및 사적 사용 혐의로 24명이다. 자본·용역 거래가 수출입 통관내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투자·외주 명목으로 외화자금을 불법 반출하거나 해외매출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뒤이어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무형자산 부당 이전 혐의가 16명, 다국적기업의 국내이익 편법 반출 혐의 13명 등이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기업과 정부가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업과 사주는 반사회적인 역외탈세로 환율안정 방어수단인 외화자금을 빼돌리며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대상자의 특징은 단순히 역외거래의 은밀성에 기반한 기존 탈세수법과 달리 사업구조를 실제와 다르게 꾸며놓고 탈세거래를 정상거래로 위장하면서 국부유출 구조를 고착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세청은 역외탈세 대응을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역외정보를 상시 수집하고 있다.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동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역외탈세 조사로 추징한 세액은 4조149억원이다. 이 중 동시조사를 통해 총 1조655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동시조사 실적 중 세목별 추징세액은 법인세 1조736억원, 부가가치세 4458억원, 소득세 697억원, 증여세 494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이번 역외탈세조사에서 외환송금내역, 수출입 통관자료, 해외투자명세를 철저히 검증하고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인 사주를 비롯한 관련인까지 포렌식, 금융거래조사,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추적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호선 국장은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범칙조사를 통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국내 자금이나 소득을 국외로 부당이전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소득을 해외 현지에서 빼돌리는 등 역외탈세혐의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