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 작업이 2년 전으로 회귀하게 됐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를 시세를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이 가속화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시가 역전 현상이 확대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에 대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상화 과정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1주택자의 세 부담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높은 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주택 시장의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23일 정부는 합동으로 내년도 공시가 산정 시 적용될 현실화율을 로드맵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공시가에 적용될 평균 현실화율은 아파트가 72.7%에서 69%,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 토지는 74.7%에서 65.5%로 하향 조정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주택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내년도 재산세를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현실화율 수정에 따른 내년 보유세 부담도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의 모의 계산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의 경우 1주택자 기준 납부 보유세는 당초 2980만원 정도로 관측됐지만, 현실화율 수정으로 2540만원이 돼 약 440만원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또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예상 보유세는 499만원에서 447만원으로 약 52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도 이번 방안이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줄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족' 등의 고통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은 공적 목적에 활용되는 부동산 통계 인프라로 각종 조세와 사회보장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쓰이는 만큼, 공시가격의 빠른 상승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을 단번에 폐기했을 때 부작용을 고려해 점진적 방식으로 실제 부과되는 세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조처"라며 "과도하게 강화됐던 규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종부세의 경우 고지 인원이 1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사실상 보통세로 전환되는 상황이었다. 현실화율 하향 조정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여야가 합의를 거쳐야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부세 폐지를 검토하고, 재산세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방안이 주택 시장 전체의 정상화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 하락 폭을 일부 줄일 뿐이지 고금리 상황에서 시장을 상승 반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함영진 랩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에서 유발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어, 시장은 집값 하향 조정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경제 성장률 둔화, 경기 위축,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에 대한 시세 반영 비율 장기 로드맵의 하향 수정과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 추가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과 민간 조세 저항 움직임을 줄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방안으로 주택 거래량이 되살아나거나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