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찰 고양지청(지청장 장동철)은 1980년 계엄포고 제10호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A씨(71)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1980년 5월18일 당시 28세 전기공이었던 A씨는 서울 도봉구 한 약국의 벽에 ‘부마민주항쟁 당시 시민·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사실’과 ‘전두환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경위’ 등의 내용이 담긴 벽보를 붙였다.
이에 A씨는 5·18 하루 전인 5월 17일 발령된 계엄포고 제10호(정치활동과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등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5월 23일 체포돼 그해 7월 5일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9개월여 복역한 뒤 1981년 3월 3일 특별사면됐다.
이후 A씨는 40년여가 지나 올해 6월 9일 재심청구를 희망하는 진정서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제출했다.
고양지청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직권재심을 청구하게 됐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저지·반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전두환 등의 1979년 12.12 군사반란, 1980년 5.17 비상계엄확대 선포, 1981년 1.24 비상계엄의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일련의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 등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01년에도 “시민들의 헌정질서파괴범죄에 대한 지지 및 반대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써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도 과거 A씨의 행위가 군사반란 이후 비상계엄 확대 선포 등 신군부 정권이 들어설 위험과 그 알린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위헌·위법으로 무효인 당시 계엄포고 제10호를 위반한 A씨의 행위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및 권리 구제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으로 유죄판결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분들에 대해서는 직권 재심청구 또는 사건 재기 후 ‘죄가 안됨’ 처분 등 구제절차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