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웰스토리’ 공소장에 ‘이재용 승계 계획안 중 하나’ 명시

웰스토리, 4년간 에버랜드에 고배당…배당성향 100% 넘기도
공소장 "웰스토리, 에버랜드 주 수익원…공정거래법 회피 목적 설립”
"에버랜드, '이재용 승계'에 이용…미전실이 '프로젝트-G' 마련"
광장·태평양 등 검사 출신들 수사 대응…공판 단계, 판사 출신 선임할 듯

입력 : 2022-11-28 오후 5:47:32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삼성그룹에서 삼성웰스토리를 수익원 삼아 에버랜드의 사업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이재용 회장 승계계획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됐다.
 
28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2012년 10월경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급식 불만을 인지하고, 삼성물산(028260)의 FC사업(물적분할 설립된 현 삼성웰스토리)이 급식 거래를 계속 독점할 수 있도록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체결을 전제로 김명수 당시 미전실 전략2팀장(현 삼성물산 사장)에게 “급식 불만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지난 16일 삼성전자·삼성웰스토리 법인과 최 전 실장 등 전·현직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삼성전기(009150) 등 삼성 계열사들은 웰스토리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1조4806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고, 웰스토리는 5년간 총 211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취득했다. 최 전 실장의 이 같은 지시사항은 2017년 2월 말 그가 퇴사한 이후에도 2020년까지 계속 적용됐다. 웰스토리는 영업이익 등을 기반으로 모회사인 에버랜드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2758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2015년과 2017년 배당성향은 각 99.02%, 114.56%에 달했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2015년 9월4일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 이후인 2016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FC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웰스토리의 매출액은 에버랜드 전체 매출액 28조1027억 원의 6.39%에 불과한 1조7970억원이었음에도 웰스토리의 영업이익은 에버랜드 전체 영업이익 1395억원의 78.8%에 이르는 1099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에버랜드의 주된 수익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015~2019년 에버랜드에 지급한 삼성웰스토리 배당금 추이. (출처=공소장)

또한 “에버랜드는 2012년부터 시행된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이 회사 지배주주와 그 친족인 이재용 등에게 거액의 증여세 부과가 예상되고, 계열사들과 에버랜드 간 거래가 공정거래법(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 가능성이 커지자 내부거래 비중이 큰 FC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을 통해 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공정거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웰스토리를 설립했다”고 봤다.
 
에버랜드가 2013년 말 전문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FC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웰스토리를 설립한 것은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증여세 부담과 공정거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2012년 기준)해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된 회사”라며 “최 전 실장은 2012년 10월 초순경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종합적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안의 마련을 전략1팀에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경 ‘프로젝트-G’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회장 승계계획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까지 총수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율 제고 → 2014년 이후 에버랜드 상장 → 상장된 에버랜드를 구 삼성물산과 합병해 합병법인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삼성그룹에 대한 전체적인 지배력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게 공소장 내용이다.
 
2012년 당시 삼성그룹은 ‘이재용 등 특수관계인 →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박모 웰스토리 상무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실태조사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2017년 9~10월 직원들에게 ‘총수, 회장, jy, bj, sh, 미전실, 회장실, 실장님, 관계사, 계열사, 관제, 한남동,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수의계약, 경쟁사, 대관, 후원, 접대, 이익률 보전 등’ 키워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에 배당됐다. 재판이 시작되면 삼성과 검찰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쟁점은 이건희 회장이 활동하던 2012년 당시 실제로 웰스토리가 이 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에 계획적으로 지원된 것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웰스토리 급식 용역이 연구개발(R&D) 등 직원들에 대한 양질의 식사 제공, 복리후생을 위한 활동이었을 뿐, 경영권 승계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소장에 언급된 ‘프로젝트-G’에 대해서는 “앞서 (이재용) 재판 과정에서 ‘프로젝트-G’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선 삼성 이 회장 등의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1심 재판과 서울고법에선 웰스토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 명령·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그간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관련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에 대한 수사 단계는 법무법인 광장의 장영섭·유재만·박광배·한정화 등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송 김영민 변호사 등 주로 검사 출신들이 대응해온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 정수봉 변호사와 법무법인 한결 윤덕근 변호사는 웰스토리와 박 상무 수사 단계를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유철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장영수 전 대구고검장, 박진원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도 삼성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이들이 공판단계까지 변호를 이어갈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최 전 실장 등은 자신의 공판 대응을 위해 조만간 판사 출신 변호인을 새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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