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사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나와 각각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은 결국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넘길 전망이다. 여야는 국회 예산 심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윤석열 예산'과 '이재명 예산' 사이에서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맞물리면서 예산안 처리는 더욱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맞닥뜨릴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정기국회(12월9일)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박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른바 '소소위'로 불리는 비공개 회동을 열고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한 예산 115건에 대해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사업 예산은 공공주택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청년원가주택 등 공공분양주택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리는 반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 예산안 대비 25%가량을 줄이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1조원 규모의 분양주택 예산을 삭감하고 임대주택 예산 6조원을 증액해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임대주택 예산은 '이재명표 예산'의 대표 격으로 불린다. 아울러 민주당은 용산공원 조성사업 지원예산도 절반가량 삭감하는 등 '윤석열 예산'을 대대적으로 손 봤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실상 대선 불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출 예산뿐 아니라 세입 예산 처리도 불투명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역시 지난달 30일 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가 자리싸움을 벌이다 지난달 16일에서야 소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법인세·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 등 서로 의견차가 큰 세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은 연계될 수밖에 없어 예산안 합의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예산안과 부수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지난달 30일 밤 12시를 기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진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예산 심사 기한 연장에 합의하고 막판 협의에 나섰다. 벼락치기 심사는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 소수가 비공개로 만나는 이른바 '소소위'에서 진행된다. 소소위에서도 결론이 안 날 경우 원내지도부로 넘어간다.
소소위 회의는 비공개로 열리고 기록도 남지 않아 '밀실 예산'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회 증액 예산 8조9000억원 중 공식 회의를 통해 확정된 금액은 단 한 푼도 없다. 증액분 모두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에서 결정됐다는 얘기다.
특히 예산안 처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과 연계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불참도 시사했다. 국정조사가 파행하면 국정조사의 전제 조건인 예산안 합의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삭감 예산안 단독 처리도 예고했다.
하지만 예산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양당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예산안이 여야 협치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선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을 통과시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국정조사에 합의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책임도 지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돼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민주당도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울러 민주당은 예산을 삭감할 순 있지만 증액분에 대해선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재명 예산' 증액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감액 수정분의 단독 처리는 내부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상황이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