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메모리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팬데믹이 만든 버블이 사라지자 각 업체별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메모리 생산 여력은 수요를 웃돈다.
공급 과잉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결국 '감산'만이 해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감산을 통해 반도체 사이클의 저점 시점을 당기고 상승기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D램 총수요는 전년비 2% 감소한 233억 GB(기가바이트)인 반면 생산량은 20% 증가한 276억 GB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하량은 이보다 35억 GB가 적은 241억 GB로 예상된다. 재고 주수도 지난해 말 1주 중반에서 올해 말 8~9주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쌓여가는 재고 부담에 미국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은 감산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 수량을 지난 6~8월 대비 약 20% 축소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 투자액을 올해의 10조원 후반대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2009년 업계 투자액 절감률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감산 계획을 부인하고 있으나 생산라인 효율화 등의 방법으로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감산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업체들의 감산으로 D램 웨이퍼 아웃풋은 2022년 하반기 월 163만장에서 2023년 상반기 월 148 만장으로 약 9% 감소, 연간 비트 생산량(빗그로스)은 266억 GB로 약 4%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과거 PC 수요가 D램 가격에 직결되던 시절 PC 업체들은 '무료 업그레이드' 마케팅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전략을 즐겨 사용했다. 최근에는 D램 수요에서 PC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스마트폰이나 서버의 비중이 높아져 D램 수요 가격 탄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PC와 달리 D램 용량을 별도로 업그레이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D램 시장규모는 올해 대비 26% 감소한 60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은 시장 축소로 D램 업체들의 마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수급 상황은 D램보다 좋지 않다. 2022년 낸드 총 생산량은 전년비 19% 증가한 676 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 1 EB는 10억 GB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약 4주였던 낸드 재고는 올해 말 약 13주까지 급증했다.
최근에는 5G 등의 보급으로 인해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공간) 용량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무선 접속 클라우드 등을 이용하면서 고용량 제품의 선호도 역시 감소하고 있다. 결국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서버 수요만 남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서버의 경우도 칩에 대한 투자는 업체들의 자금 상황에 민감하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버 교체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낸드 업체들의 감산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월 57만장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내년에는 라인 효율화 등의 자연스러운 감산을 통해 월 53만장까지 생산량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SK하이닉스는 현재 엄청난 NAND 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최소 월 5만장 이상의 웨이퍼를 줄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감산 전략까지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월 62만장 수준에서 41만장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되며 마이크론도 현재 월 21 만장의 웨이퍼 생산량을 최소 월 18~19만장 수준까지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년 시장 전망이 점점 더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을 확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고가 더 쌓이면서 현재까지 인위적인 감산은 안한다고 밝힌 삼성전자도 감산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