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된 2023년
삼성전자(005930) 정기 인사는 '안정 속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종희 부회장과 사장의 '투톱' 체제 유지로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되 '네트워크'와 '반도체' 역량 강화에 기여한 인물들을 승진시키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장도 탄생하면서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5일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진행된 만큼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참모진을 새롭게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네트워크 사업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하고 반도체 사업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왼쪽부터) 김우준, 남석우, 송재혁, 이영희 신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우선 네트워크 사업 성장에 기여한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네트워크사업부장을 맡는다. 기존 네트워크사업부장인 전경훈 사장은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업무를 변경했다. 기존 삼성리서치장인 승현준 사장은 삼성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는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부사장이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송재혁 DS부문 반도체연구소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DS부문 CTO와 반도체연구소장을 겸직한다.
DX부문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두 번째 여성 부사장으로 2012년 승진해 10년째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번 인사에서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왼쪽부터) 백수현, 박승희, 양걸 신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언론인 출신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과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도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CR(Corporate Relations)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 출신인 두 사람은 삼성전자의 대내외 홍보와 대외협력을 각각 총괄한다.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중국전략협력실장을 맡는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체제하에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혁신과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안정과 혁신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 돋보인 인사"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뤄진 사장단 인사 이후 부사장 승진 등의 임원 인사를 순차적으로 단행할 방침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해외 및 국내 사업장 연말 퇴직 대상인 임원을 대상으로 재계약 불가 내용을 통보해왔다. 이같은 고지를 받은 임원 수는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63년생 이전 출생자인 부사장급 임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사 당시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해 부사장 이하 직급 체계를 단순화한 바 있다. 따라서 추후 진행되는 인사에서 부사장급 임원 퇴직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장단 인사가 '네트워크'와 '반도체'에 집중됐던 만큼 해당 부문에서 인적 쇄신이 잇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전체 임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3040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 중심의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부사장 이하 2023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