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각 사업부문의 수장을 보좌해 2023년 경기 침체를 돌파해나갈 인물들을 최종 낙점했다.
5일 삼성전자는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 사업부문인 DS부문에서 송재혁 DS부문 반도체연구소장 부사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측은 “송 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리더십을 발휘하며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했다”며 사장으로 승진시킨 이유를 밝혔다.
송 사장과 함께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송재혁 사장과 남석우 사장은 모두 메모리 사업부 기술개발에 오랫동안 몸담은 개발자 출신이다.
송 사장은 1996년 2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일을 시작해 올해 5월까지 해당 사업부에서 D램과 플래시 개발실 등을 거친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다. 남 사장도 1988년 삼성반도체 메모리 공정기술 2과에서 메모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등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졌다.
반도체에서도 메모리사업부에 오랫동안 몸담은 2명을 승진시킨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내년으로도 이어질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어려울 때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초격차 기술로 대응해 왔다. 이번에도 기술 우위 전략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전문가를 승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한 76조781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1.39% 준 10조8520억원을 거뒀다.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영업이익 급감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회사의 주요 먹거리인 반도체 업황이 내년엔 더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6042억달러(810조8000억원)로 전망된다. 올해 매출 전망치 6360억달러보다 5% 역성장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가 4960억달러(644조3000억원)로 올해(6180억달러)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7월에 내놓은 전망치(6231억달러)보다 무려 20.4% 가량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보수적으로 보아도 3% 수준대의 역성장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 기술 우위를 적용한 고용량 제품 개발과 고용량 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고, 원가경쟁력을 고려한 제품으로 전략으로 메모리 사업 운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이어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사업도 TV와 가전 수요가 줄면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해 적신호가 켜졌다.
VD·가전 부문에서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600억원)과 비교해 67%나 급감했다. 이는 TV, 생활가전 등을 합한 수치인데 TV만 떼어 놓고 보면 적자일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2023년 TV 시장은 올해 지속 중인 각종 대외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전체 TV 수요는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초대형을 비롯한 프리미엄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사는 프리미엄 중심 제품 혁신을 지속하고 초대형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3년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0.7% 감소한 2억1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TV 시장마저 내년에 하향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자,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삼성은 어려울 때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좋은 인재들을 흡수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내년에 세계경기가 불황일 것으로 보이지만 오너의 현명한 판단으로 경영을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체 반도체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70%로 메모리 반도체 30%보다 더 크기 때문에 삼성이 비메모리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 반도체 시장 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