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 축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실적 상향주와 오너리스크 기업 등의 지분율은 오히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연금 대표소송이 경영계의 반발로 표류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슈 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더불어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면서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17개 기업에 대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국내주식 비중 축소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연금은 17개 기업 중 10개 기업의 지분율을 줄이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국민연금은 일부 기업들의 지분율은 오히려 늘렸다.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지분율 5%를 넘어서며 '5%룰'에 따른 지분변동 보고의무가 발생했다. 또 지주사 전환 후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등의 지분율도 증가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상향 기업들의 주식을 선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번 국민연금 지분공시에서 부각되는 점은 한국타이어 계열회사에 대한 지분 확대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5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 지분율이 7.87%에서 8.02%로 0.15%포인트 증가했으며,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목적에서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000240)의 지분율을 기존 5%에서 6.01%로 1.01%포인트 늘리기도 했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이사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배당금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다양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 즉 국민연금이 지분 확대와 보유목적 변경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영 활동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추진 중인 주주대표소송이 경영계의 반발로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에서 지배주주 횡령·배임이 발생하면 개인투자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받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추진됐지만, 경영계의 반발에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소송 남발 등에 따른 과도한 경영 간섭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이번 지분 공시도 한국타이어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행사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엠케이테크놀로지(MKT·현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타이어 무늬를 만드는 생산 장비)를 높은 가격에 구매해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80억300만원과 시정명령,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최근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한국프리시전웍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앞으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이전에도 주식 보유 기업에 경영권 분쟁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불거질 경우 보유목적을 변경하곤 했다”면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소액주주의 피해나 주주가치 훼손이 예상될 경우 더욱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역대급 매도를 이어갔던 국민연금은 올해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은 지난 2020년 총 2조8134억원을 순매도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작년에는 전년 보다 8.5배 많은 24조1438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도 총 2조2112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으며, 이중 1조7939억원을 하반기에 순매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