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수입 계약 체결 시 ‘무료샘플’로 공급받기로 한 물품에 대해 관세법 31조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미약품(#128940)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이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됐다”며 “한미약품이 이를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급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시행령 17조 1호에서 정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관세법 30조가 아닌 31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물품의 과세가격을 결정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상성,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샘플은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가격을 관세법 31조가 아닌 30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일본회사로부터 의약품 원료를 독점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약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4월 말까지 3차례에 걸쳐 무료샘플을 공급받았는데, 과세관청은 이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됐다며 한미약품 측에 1억8291만원의 세금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무료샘플이 무상으로 수입한 게 아니라는 점을 들어 관세법 31조가 아닌 30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며 관세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공급받은 무료샘플은 따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무상 수입 물품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적법하다”며 과세관청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한미약품이 추가로 공급받는 물품의 수량이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물품이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됐다”며 “한미약품이 이를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연간 구매계약에 따라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별도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공급받은 경우에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과세가격을 관세법 31조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