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신규가입자 모집에 쓰는 사업비가 1년새 2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의 업황이 돌아섰다기보다는 저축은행 판매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23개 생보사의 3분기 누적 사업비는 6조8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6790억원)보다 2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직전 달인 8월(6조2642억원)과 비교하면 6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특히 신계약비 사업비가 크게 증가했다. 올 9월 신계약비 사업비는 6조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1105억원)보다 1000억원 늘어났다. 8월(5조5031억원)보다는 8000억원이나 올랐다.
사업비는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당과 판매촉진비, 계약 유지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등으로 구성된다. 신계약비 사업비는 새로운 보험 계약을 위한 영업을 위해 보험사가 지출한 사업비로, 설계사 수당과 판촉비 등이 포함된다. 즉 생보사의 사업비가 증가하고 특히 신계약비 사업비가 함께 증가한 것은 생보사들이 새로운 계약 유치를 위해 영업력을 확대했다는 의미다.
생보사들은 최근까지 사업비를 줄여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들 생보사의 사업비는 4조531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조5747억원)보다 436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난 2018년 9조4430억원이었던 사업비는 2019년 9조491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20년 9조4649억원, 2021년 9조3574억원 등 올 상반기까지 3년간 감소세가 이어졌다.
생보사 사업비가 늘어난 것은 저축보험 판매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한화생명(088350)·교보생명·푸본현대생명 등이 저축보험 금리를 올려가며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대비 이들의 신계약비 사업비는 크게 늘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8253억원에서 올해 1조228억원으로, 교보생명은 5653억원에서 6168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은 381억원에서 506억원으로 신계약비 사업비가 증가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보험이 주로 판매되는 채널인 방카슈랑스 채널의 사업비는 1.7%에서 2.0% 사이로, 만약 저축보험 거치액이 1억원이었다면 대략 200만원이 사업비로 책정되기 때문에 일시납 저축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사업비도 크게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축보험 해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생보사들의 영업 강화가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형 포털 네이버의 '저축보험 해지' 검색량은 9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0월 중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변액·연금·종신보험 등과 같은 다른 보험종목들의 해지 검색량은 큰 변동이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저축보험 해지에 대한 관심도 변화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40~50대 이상 연령대의 관심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40~50대 이상 연령대의 가입금액이 상대적으로 크고 자금이동 경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은 보험회사의 자산 감소에 상당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며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험사 저축보험 금리는 인상 억제 압박을 받고 있어 앞으로 저축보험 수요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해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출처 = 생보업계, 그래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