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과 집값 약세 전환으로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꼽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정부가 6년 만에 청약통장 금리를 2.1%로 0.3%포인트 올렸지만, 분양시장 인기가 한풀 꺾이며 청약통장 역시 시장의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661만28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682만3807명)에 비해 21만990명(-0.79%) 줄어든 규모다. 주택청약 가입자 수는 2009년 통장 출시 이후 올해 7월 사상 처음으로 하락전환한데 이어 8월(2700만3542명), 9월(2696만9838명), 10월(2682만3807명)으로 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약통장이 매력을 잃은 배경에는 분양시장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집값 상승과 맞물려 당첨되기만 하면 무조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약통장 가입은 내 집 마련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이자 부담이 커졌고 집값 고점 우려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매매와 분양 시장 모두 위축된 까닭이다.
실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기대감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전용면적 49㎡에서 가점이 20점임에도 당첨된 청약자가 나왔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전용면적 84㎡A 주택형의 당첨 최저 가점이 20점에 그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둔촌주공의 경우 1순위 평균 경쟁률은 4.7대 1로, 당초 ‘10만 청약설’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악화에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순위 청약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약불패’로 꼽혔던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물량도 쌓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했으며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전월 대비 20.4%(147가구)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7612가구로 작년 동기(1290가구)에 견줘 6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표=뉴스토마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할인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계약금 정액제, 현금지급 등의 혜택을 내걸며 수요자를 찾는 실정이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원에서 분양 중인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의 경우 수분양자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신동아건설이 경기도 의정부에 분양한 '의정부역 파밀리에Ⅰ'는 중도금 대출이자 3.8% 초과 시 상승분은 시행위탁자가 부담하는 혜택을 내놨다.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고도 땡처리되는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장 가입 수요 역시 저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지방 광역시의 가입자 수가 6개월째 줄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가입자가 615만3956명으로 지난 5월(625만5424명)을 시작으로 6월(625만1306명)·7월 (624만435명)·8월(623만8313명)·9월(622만8151명)·10월(619만5000명)까지 줄곧 하락했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 가입자는 531만1330명에서 530만9908명, 530만5175명, 529만7724명, 528만8404명, 525만5706명, 520만3751명으로 줄었다. 인천과 경기지역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869만5533명으로 올해 6월부터 5달 연속 떨어졌고 기타 8개도와 세종시 가입자는 655만9577명으로 한달 새 0.86% 하락했다.
한편 국토부는 내년 2월부터 예비입주자 명단 공개 기간을 60일에서 180일로 연장하고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는 등 청약 자격 완화하기로 했다. 청약 진입장벽을 낮춰 미분양 해소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위축이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물량 전망은 135.8포인트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청약 당첨 후 미계약이나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거래와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