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1심에서 재산분할로 665억원가량만 지급받게 된 데 불복하고 항소했다.
노 관장 측은 19일 오전 이혼소송 1심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에 "판결에 전부 불복한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재산분할에서 제외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해당 주식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최 회장에게 상속·증여한 주식이 아니다. 혼인기간인 1994년 2억8000만원을 주고 매수한 주식이고, 이후 최 회의 경영활동을 통해 그 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론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리도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부부간 분쟁으로 회사 경영이 좌우돼선 안 된다고 판단한 부분이나, 기업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설시한 부분도 인정할 수 없다"도 했다.
지난 6일 1심은 노 관장과 최 회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과 노소영 씨의 재산만 분할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현재 SK그룹의 뼈대를 세운 고 최종현 회장의 맏아들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 노소영 관장과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였다.
이들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결혼 28년만인 2015년 최 회장이 자신의 혼외 자녀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 이혼 의사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혀 파경을 맞았다. 이후 최 회장이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됐고,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2019년 12월 입장을 바꿔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 및 최 회장이 가진 SK주식 42.29%(650만 주)를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또 최 회장이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 SK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보전해달라고 가처분 신청도 냈다. 서울가정법원은 노 관장의 신청 중 일부를 받아들여 올해 4월 350만 주의 처분을 금지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7.5%인 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부친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으로 취득한 SK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특유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자신 명의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부부의 경우 배우자가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 회장이 결혼 이후에 이뤄진 SK C&C(직전 대한텔레콤)와의 합병을 통해 SK의 최대 주주가 된 만큼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은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미국 아마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전 부부의 이혼 사례와 비교되기도 했다. 제프 베조스는 보유한 아마존 지분 16.3% 중 4%인 약 36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를 아내인 맥킨지 스콧에게 넘기고, 대신 의결권은 자신이 계속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