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제방향)이미 빠진 '스태그', 통화·재정 보폭 맞춰야…신성장은 '글쎄'

"경제성장률 1.6% 전망…현실 직시한 수치"
"신성장 전략, '보여주기식 사업' 전락 우려"
"혁신성장펀드, 고금리 상황에선 효과 미지수"
"경기 침체 따른 취약계층 보호책도 고민해야"

입력 : 2022-1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조용훈·김현주 기자]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 방향타를 놓고 성장 회복보다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가파른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무리한 경기 부양을 지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버티기 전략인 위기극복 책술과 달리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4.0 전략은 구체적이지 않아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이 어이지는 최악의 한해가 될 수 있는 만큼, 금리가 더 오를 경우 내년 추가경정(추경) 효과도 예단할 수 없어 통화·재정정책의 보폭 맞추기가 요구되고 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정부의 '2023 경제방향'에 대해 문의한 결과, 과장된 목표를 지양하는 방어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성장 4.0 전략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대한 우려도 거론됐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2.5%)보다 둔화한 1.6%로 전망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 1.8% 등 국내 기관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보다도 낮추는 등 사실상 비관적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통상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책 시행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반영해 책정돼 기관들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이 때문에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부가 내년 경기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저성장·고물가…이미 빠진 '스태그' 내년에도 이어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여러 기관에서 예측했듯 내년 상반기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최악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복의 조짐은 있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내년 전망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한다"며 "우리나라 현실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전망치"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실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고,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상승이 워낙 거세고 해외 변수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만 힘썼다가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인해 에너지 분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도 내년 물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며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인데 공급 측면도 계속 더 안 좋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21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5인에게 정부의 '2023 경제방향'에 대해 문의한 결과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을 고려해 과장된 목표는 지양하는 방어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혁신성장펀드 효과 '글쎄'…통화·재정정책 발 맞춰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경제 회복보다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것에 공감하면서도 함께 제시한 신성장 전략은 다소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미래형 모빌리티, 에너지 신기술, 탄소중립도시, 스마트 농어업, 바이오 혁신, K-컬처 융합 관광 등 15대 분야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혁신성장펀드(25조원)를 통해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성장 전략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추진 주체가 모호하게 분산돼 있어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석 실장은 "신사업 성장을 위해 혁신성장펀드로 기업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고금리 상황에선 이를 통해 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작다"며 "좀 더 탄탄한 방법론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원 실장은 "대외 여건 변수가 많다보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금리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이라면 내년 추경을 하더라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어떻게 발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희 실장은 "경제방향이 나올 때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이중에 흐지부지되는 것들도 많은 것 같다"며 "정부의 계획과 후속조치가 잘 돼가고 있는지 팔로업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경기가 악화되는 시점이다 보니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복지재정의 총량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효과와 선별성을 어떻게 높여 취약계층을 더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종=김지영·조용훈·김현주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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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