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신촌을 못 가'

입력 : 2022-12-22 오전 6:00:00
‘신촌을 못 가’란 노래가 있다. 연령대에 따라 인지도야 차이날 수 있지만 2014년 당시 차트에서 주간 1위를 기록했으며, 연간 순위도 18위나 된다. 가사를 보자면 연인과 헤어진 후 자주 가던 신촌의 장소들마다 추억이 생각나 이제는 가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신촌을 못 가’가 유행한 2014년은 공교롭게도 신촌 상권의 몰락이 세상에 알려진 해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강북 3대 상권을 다툴 정도로 대형 상권이었던 신촌 상권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홍대 상권에 패권을 넘기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2014년 상권 쇠락을 막기 위해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합심해 내놓은 대안이 대중교통전용지구다.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 500여m를 평일에는 대중교통만,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운영해 보행 문화 활성화를 통해 상권을 다시 살리겠다는 발상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만들고 몇 년간 연세로 유동인구와 매출액은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결국 상권 쇠락을 막진 못했다. 현재 신촌 상권은 서대문구에서도 가장 부진한 상권으로 꼽히며, 연대생들 사이에서 ‘친구를 만나면 신촌을 안 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상권 쇠락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었을 상인들이 내놓은 해법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다. 당장 차량 접근성 개선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해 상권을 되살려야 한다는 논지다. 서대문구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하자고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을 되살리지 못한 것처럼, 이를 폐지한다고 다시 상권이 살아날지는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상권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에는 차량 접근성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다른 요인이 있다.
 
신촌 상권의 주 고객은 대학원생·교직원까지 3만명을 훌쩍 넘는 연대를 비롯한 인근 2030이다. 연대생을 중심으로 일대의 변화를 보자면 2011년 송도에 국제캠퍼스가 개교했다. 2015년 백양로 지하캠퍼스가 만들어졌다. 2020년 펜데믹이 오면서 비대면 문화가 찾아왔다.
 
백양로 지하캠퍼스는 연면적 5만8742㎡으로, 이는 모든 신촌캠퍼스 건물 연면적의 12.7%에 달하는 크기다. 여느 지하캠퍼스가 그렇듯이 각종 학생 편의시설과 일부 상업시설이 자리했다. 신촌 상권으로 향하던 발길의 상당수는 학생 친화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뺏길 수밖에 없다.
 
대학의 지하 개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캠퍼스 공간의 포화로 이화여대, 고려대 등 서울 상당 대학들이 지하공간 활용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때 신촌 상권 부럽지 않았던 고려대 앞, 이화여대 앞 상권들의 현주소는 신촌 상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십수년간 전통시장을 되살린다고 주차장을 만들고 통행로를 정비했지만 그것만으로 전통시장이 되살아나지 않았다. 요즘 잘 나간다는 성수동 상권을 가려면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한다. 성수동이 차 대기 편해서, 걸어가기 편해서 가는 2030은 손에 꼽을 거다.
 
한남동, 해방촌, 연남동, 상수동, 망리단길, 용리단길도 다들 비슷하다. 접근성이 상권 활성화의 모든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접근성이 좋아 임대료가 비싸고 점포 면적이 큰 대로변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뒷골목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생겨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매력있는 상권이 살아남는다. 연희동 상권은 연대 서문과 인접한 상권이지만 작지만 재밌는 가게들이 자리잡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신촌의 패권을 가져간 홍대 상권도 점점 천편일률적이 되자 이전만 못하다는 평이 많다. 접근성은 더 좋아졌지만 젊은 층이 원하는 매력은 더 줄었다.
 
어느덧 ‘신촌을 못 가’조차 옛 노래로 흘러가는 지금, 진정으로 신촌 상권이 살아나길 바란다면 연대생들을 붙잡을 만한 매력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작지만 차별화된 가게들이 신촌 골목마다 더 많아진다면 다시 머지않아 유행가에서 흔하게 신촌을 찾을 수 있을 거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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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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