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TV 시장이 최근 10년 중 가장 큰 한파를 맞았다.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가 급격히 꺾여든 모습이다. 글로벌 출하량 역시 10년 내 최저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글로벌 TV 출하량은 총 2억2185만대로 전년 대비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2023년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TV 출하량이 1억9911만대로 2억대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리스 후(Iris Hu) 트렌드포스 연구원은 "IMF가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고, 전세계 3대 경제국인 미국, 유로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 시작했으나 주요 지역 소비 시장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내년 TV 출하량의 성장 모멘텀도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적인 TV 시장 침체와 더불어 향후 대세가 될 8K TV 시장의 성장 둔화세도 감지된다. 8K TV는 가로에 약 8000 픽셀을 갖춘 제품을 통칭한다. 8K의 해상도는 4K UHD보다 4배, 풀 HD보다 16배 높다.
올해 8K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7.4% 줄어든 약 4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8K TV가 출시된 이후 첫 역성장이다. 해당 시장 1위는 삼성전자로 약 70%에 달하는 점유율로 독보적 위치에 있으며 그 뒤를 LG전자(약 5.5%)가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TV 시장 침체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고화질 프리미엄 TV 시장만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3년 TV 시장은 코로나19 특수 종료,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업황이 반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콘텐츠가 뒷받침된다면 고화질 프리미엄 TV 시장은 소폭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8K TV 전환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효율 기준이 강화되면서 8K 시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린 부분은 해결 과제로 남는다. EU(유럽연합)이 27개 회원국에서 판매되는 TV의 전력 소비 규제를 내년 3월 예정대로 시행할 예정이어서다.
EU 규제에 맞춰 전력 소비량을 줄이게 되면 8K 제품 사양을 낮춰야한다. 8K TV의 경우 4K TV보다 4배 더 선명한 만큼 전력 소비량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신제품을 포함해 내년 TV 라인업 준비를 끝낸 가전업계는 유럽 시장에 판매할 모델의 사양 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8K TV가 규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하위 모델도 줄줄이 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규제가 향후 다른 국가로 번질 수 있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8K 라인업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가 가장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