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먼저 떠난 '막둥이' 고 양희준(27)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양진아(35)·현아(30)씨가 23일 <뉴스토마토>에 편지를 보내왔다. (사진=양진아씨)
[뉴스토마토 강석영·장윤서 기자] "그곳에선 몸 가볍게, 원하던 곳 훨훨 날아다녀라. 다음 생에도 만난다면, 이번 생애 다 못 준 사랑까지 더 사랑해줄게. 보고 싶다 내 동생."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먼저 떠난 '막둥이' 고 양희준(27)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양진아(35)·현아(30)씨가 23일 <뉴스토마토>에 편지를 보내왔다. 진아씨는 8살 어린 희준씨를 업어 키웠다. 아직도 막냇동생이 곁에 없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친구 집에 놀러 간 것만 같다. 그러나 항상 떠들썩했던 삼 남매 단체대화방에 두 자매만 남았단 사실을 깨달을 때면 잔혹한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분명 살아있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기만 하다"는 진아씨다.
진아씨는 희준씨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는 편지에서 "너무 추운 곳에 있어서 파랗다 못해 검푸른 건가 했는데, 나중에야 그게 밟히고 밟혀 생긴 멍이라고 하더라고.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한 번 더 만져줄걸"이라며 애처로운 마음을 드러냈다. 희준씨를 향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그는 "치사하게 (조카)수아 꿈에만 나타나서 웃어주기 있냐?!"면서도 "네 소식을 듣지 못해 슬펐는데 그렇게나마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전했다.
희준씨는 '조카 바보'였다. 삼촌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진아씨는 '삼촌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경찰 아저씨나 119에 전화하면 되잖아!'라는 (아이들의) 말에 할 말이 없더라고"라며 진아씨는 "유치원에서도 위험한 상황인 경우 112나 119에 전화하면 언제 어디서든 도와줄 거라고 배웠는데"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영정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두 자매는 편지를 보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아씨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모님은 이 일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신다. (편지를 보낸다고) 말씀도 못 드렸다"며 "하지만 우리는 동생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동생의 그날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자매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를 만나서야 동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비통해하는 부모님께 차마 못 했던, '동생이 보고 싶다'는 말을 다른 유족들을 만나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현아씨는 "같이 슬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이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현아씨는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여야는 지난 21일에서야 국정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샅바 싸움을 하다 한 달가량의 시간을 날린 셈이다. 경찰 조사는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향해 있다. 그 사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려 "유족들 어깨 두드려주는 건 어렵냐. 자기 사람 지키기 급급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정치가 없어진 시간에 '막말'들이 비집고 들어와 유족들의 마음을 할퀴기도 했다. 현아씨는 "장례식에 막 도착했는데 지원금 말부터 나오더라. 우린 돈이 필요한 게 아닌데 '놀러갔다가 죽었는데 세금 낭비'라는 댓글들이 달렸다"라고 참담한 마음을 전했다. 2차 가해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참사 생존자이자 희준씨의 친구는 '사람들이 우리 잘못이라더라'며 '희준이와 같이 갈 걸 그랬다'고 자책하고 있는 사실을 현아씨는 전했다. 유족들은 2차 가해 발언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하기로 했다.
강석영·장윤서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