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달 말로 면세점 임대료 감면이 종료되는 가운데 중소중견면세업계가 임대료 감면 연장을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요청했다. 면세업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고용불안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하며 앞다퉈 임대료 감면 연장을 호소했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는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 한국유통학회 주관으로 '국제공항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면세업계 종사자들은 이달 말 종료되는 면세점 임대료 감면 정책을 연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임대료 지원 정책 종료 관련 공문을 면세 사업자에게 발송한 인천공항공사는 새해부터 여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경우 해당 월 최소보장액을 여객 감소율의 50%만큼 즉시 감면해주는 내용의 '특별감면제도'를 제안했다. 단 여객 수요가 60% 이상 회복될 경우 특별감면은 종료된다는 조건이다. 면세 사업자가 감면제도를 거부하면 임대료를 100% 원상 복구한다.
면세 사업자는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 감면이 종료될 경우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사 측이 제안한 특별감면제도도 여객감소율 40% 이상이라는 조건과 여객감소율의 50%만 감면해준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승창 한국항공대 교수에 따르면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자수는 2019년까지 지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 급락했다.
2019년 10월 국제선 누적 이용객은 7582만명이었으나 올해 10월까지는 1237만명으로 무려 84% 줄었다. 지난 6월 공사는 연말이면 여객수요가 2019년 동월 대비 80%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11월 기준 여객수요 회복률은 국제선 출국객 기준 48%로 당초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중소중견 면세업체의 매출 회복률은 2019년 대비 20% 이하로, 여객 수요 회복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면세점은 올해 9월까지 총 75억원의 손실을 냈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항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최유라 기자)
조성민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장은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영양실조로 알을 낳지 못하다 이제 겨우 체력을 키우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고 있으니 공항과 정부의 지원이 아직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면세점은 코로나 이전 5년간 연평균 800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납부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2위이자 국내 1위 사업자도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대리급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날 자신을 인천공항 면세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최근 대기업도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면세점을 다닐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임대료 지원 종료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은 "외국인 여행객 발길이 끊긴 지금 면세점에는 더 이상의 받침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여객수요 예측 실패 속에 임대료 지원 종료는 성급한 의사결정"이라고 짚었다.
만약 이대로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 면세 사업자는 수익성 악화와 이로 인한 고용붕괴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3년 동안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부의 지원과 항공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 업체들의 눈물겨운 수익 구조 개선 노력이었다"며 "3년간 공항 면세점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고 남은 인력들도 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으로 고통을 분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항공업계 고용유지지원금 등 타 산업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지원정책이 종료된 상황에서 면세점 임대료 감면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남균 국토교통부 국제공항과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항공과 유관분야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충분히 이해하지만 항공업계 고용유지 지원도 끝난 만큼 주무무처를 통해 다른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진형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보며 투자 해야 한다"며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으니 여객이 60% 미만일 경우 고통을 반반씩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